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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지배구조 개편, 주주가치 빠져”

등록 2015-06-02 21:12수정 2015-06-11 15:28

이찬우 전 국민연금 본부장
이찬우 전 국민연금 본부장
[인터뷰] 이찬우 전 국민연금 본부장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발표때
비전 제시 없이 서두른다는 인상”
국민연금 주주권 적극 행사해야
“최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주주가치 제고 내용이 빠져 실망했다. 향후 어떻게 기업을 이끌어가겠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다.”

이찬우 국민대 교수(경영학·사진)는 삼성그룹의 이번 합병 발표를 보면서 서두른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이 교수는 국내 펀드매니저라면 최고로 부러워할 만한 자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을 2010년부터 3년간 맡았다. 국민연금기금 400조원의 향방을 주물렀던 셈이다.

그는 이번 합병에 대해 삼성물산이 저평가 받았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두 회사의 합병 비율(1:0.35)에 대해 “건설경기 불황도 있지만 삼성그룹이 두 회사를 홀딩컴퍼니(지주회사)로 생각하고 그동안 주가를 고려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삼성물산은 실적이 안 좋은 상황이기도 했으나 주가지수가 2000이 넘는 상황에서도 소외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삼성전기가 보유하던 삼성에스디에스(SDS) 주식을 구주매출 방식으로 매각한 것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에스디에스 상장을 앞두고 보유중인 삼성에스디에스의 지분가치가 1조8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란 전망이 나오는데도, 이를 공모가에 내다 팔아 1조1500여억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그는 두 회사의 합병에서 회사 비전이 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그는 “합병 발표엔 대표도, 사업분야도 현재 그대로 두면서 신수종사업만을 더하겠다는 정도만 있었다”며 “주주가치가 어떻게 올라갈 수 있는지 (투자자는)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무언가에 쫓겨 (합병을) 급하게 하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가 운용본부장을 맡았던 국민연금기금은 삼성물산과 삼성전기 지분을 각각 9.81%(5월8일 기준), 5.16%(지난해 연말 기준) 갖고 있었다. 삼성 계열사의 상장과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물론 삼성전기의 보유 자산이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국민연금기금이 ‘주주권’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주주총회에 참여해 이사선임 등의 안건에 보유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이 본부장 시절에 윤주화 전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현 제일모직 대표)과 자주 만나 회사 경영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국민연금기금이 이번 합병에 대해 좀 더 삼성 쪽에 설명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수익성보다 공공성이 앞서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배구조 개편 차원에서 주주 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성장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향후 다른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을 해서 실패한 사례도 많다”며 “지배구조 개편을 위해 (합병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더라도, 제3의 회사로 태어날 때 (투자자에게) 설득력 있는 전략이 나올 수 있도록 국민연금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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