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엘니뇨 따른 이상기후 ‘경보’
호주산 밀 생산 차질 등 우려
하반기 경제 리스크 요인 꼽혀
국내 증시 영향력은 크지 않을듯
호주산 밀 생산 차질 등 우려
하반기 경제 리스크 요인 꼽혀
국내 증시 영향력은 크지 않을듯
올 여름 엘니뇨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식시장에서도 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기후 현상인 엘니뇨와 주식시장이 대체 무슨 관계일까?
지난 3월 미국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엘니뇨 단계를 ‘주의’에서 ‘경보’로 격상했다. 이 기관은 2월 발생한 엘니뇨가 이번 여름까지 지속될 가능성을 70%, 가을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60%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지역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호주, 동남아시아, 인도 등 태평양 서쪽 지역은 강우량이 감소하고 남미 등 태평양 동쪽 지역은 강우량이 증가한다.
시장이 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엘니뇨가 발생하면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어, 곡물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 보고서를 보면 2002년, 2010년 엘니뇨 발생 때 세계 곡물생산량은 각 3.1%, 2% 감소했다. 14달 동안 엘니뇨 현상이 발생했던 1983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전년보다 4.1% 감소했고 이에 따라 83년 1~8월 농산물 가격이 40% 가까이 상승한 적도 있다.
올해는 5월에 파종해 6~8월에 한창 자라는 호주산 밀 생산량에 우려가 쏠린다. 호주산 밀은 세계 소맥 생산량의 3.7%, 수출의 12.5%를 차지하고 있다. 2006~2007년 엘니뇨 발생 때 호주의 밀 생산량이 57%나 줄자, 전세계 밀 생산량은 4.1% 감소했고 2007년말 소맥 가격은 전년 대비 85%나 상승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엘니뇨 심화로 인한 곡물 생산량 저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시기적으로 남반구가 겨울에 접어들며, 엘니뇨 영향권인 남미의 옥수수·대두 등의 농작물은 이미 수확 마무리 단계라는 것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곡물가격 관련 상품 규모가 작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일 기준 농산물가격을 추종하는 펀드들의 총 설정액은 1143억원 정도다.
전문가들은 곡물가와 직접 연관된 식품 관련 종목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식품업계의 가격 결정력이 커져, 곡물가격이 오르면 업체가 이 부담을 제품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 전체 상황을 놓고 보면, 미국 금리인상 전망, 중국 경기둔화 움직임,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그렉시트) 등과 함께 엘니뇨는 하반기 세계경제의 주된 리스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인도·인도네시아에 가뭄이 들어 물가상승이 우려되고, 남미에서는 해수면 온도 상승·폭우로 수산업·광업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년 연속 풍작으로 전세계 농산물 공급이 과잉이므로 이를 활용해 농산물 생산감소 및 애그플레이션(농산물값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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