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경제 여파 우려 솔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이 국내 경제에 미칠 파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메르스가 퍼지면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인식이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카드를 꺼내들지 추이가 주목된다.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순조롭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통계청의 ‘4월 산업활동동향’이 발표된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정부는 추경 가능성을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나라 빚이 늘어날 것에 대한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추경을 편성할 정도로 경기가 위축돼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외려 정부는 “자산시장 회복세가 실물 경제로 확산하면서 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낙관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연간) 3% 초반대 성장은 가능하다”라는 기존 시각을 고수했다.
‘나홀로 낙관론’ 주춤 가능성
전문가들은 “준비해야” 목소리
기재부 아직 “검토한 바 없다”
내부선 “경기 녹록찮다” 의견도
그럼에도 경기상황이 녹록지않다고 본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나 정부의 추경 편성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미 공공연하게 흘러나오던 터였다. 대표적인 예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기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향후 추가 금리 인하와 구조 개혁 정상화 등을 전제로, 2분기 성장률은 0.9%(전기비), 올해 연간 성장률은 3.0%로 제시했다. 사실상 2% 성장을 예고한 것이란 해석이 이어졌다.
사실상 ‘나홀로 낙관론’을 유지했던 정부도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정책 수정을 검토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경기 회복세가 더디게 진행되는 배경으로, 세계 수요 감소와 원화 가치 강세 등에 따른 수출 감소, 가계의 소비부진 등을 꼽았다. 여기에 부진한 소득증가와 임계점에 이른 가계부채 등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가계 소비가 메르스로 인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유통·여행 업계를 중심으로, 메르스 확산의 파문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인 이마트의 지난 1~4일 매출액(전국 점포 기준)은 지난해 6월 2~5일(1일은 휴일)에 견줘 7.8% 줄었다. 특히 메르스 발병 병원이 지역 내에 있는 동탄점·평택점의 매출은 15% 이상씩 급감했다. 홍콩 등 일부 국가들이 메르스 전염을 막기 위해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등 외국인 여행객이 줄고, 내국인 여행 취소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일단 이달 말까지 경기 상황을 본 뒤에 추가 경기 부양 카드를 쓸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기존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지난 5일 추경 편성 여부와 관련해, “메르스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으나 추경은 검토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기재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추경 편성 논의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경기상황이 녹록지 않다”며 “메르스 사태로 추경 논의에 좀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부총리가 국무총리 대행을 맡고 있는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당장 추경을 적극 검토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관측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전문가들은 “준비해야” 목소리
기재부 아직 “검토한 바 없다”
내부선 “경기 녹록찮다” 의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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