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협력 임금 공유 프로그램 마련
임금 인상분 10% 내면 회사도 보태
60억 추정…지원 내용은 추후 확정
임금 인상분 10% 내면 회사도 보태
60억 추정…지원 내용은 추후 확정
에스케이(SK)하이닉스 노사가 임금 인상분 일부를 협력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에 쓰는 ‘임금 공유제’를 도입했다. 정규직 노동자가 회사와 함께 저임금의 협력업체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최근 2015년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써서 협력사 직원의 처우와 안전·보건 환경 개선을 위한 ‘상생협력 임금 공유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 7일 밝혔다. 협력사 지원금은 직원들이 임금 인상분의 10%를 내면, 회사도 같은 10%를 추가해 마련한다. 올해 에스케이하이닉스 임금 인상률이 3.1%여서 이 가운데 10%인 0.3%포인트를 노동자가 내면 회사도 같은 금액을 부담한다. 지난해 1인당 평균 급여액(약 7400만원)을 고려하면 올해 지원금은 6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재원의 구체적 사용 방식은 조만간 노사가 협의체를 꾸려 확정할 방침이다.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임금 공유제를 통해 경기도 이천과 충청도 청주 공장에서 물류와 세정·정비 등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직원 4천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성욱 사장은 “이번 결정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모델을 만들어 낸 의미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실적이었는데도 임금 인상률이 전년(7.5%)보다 더 낮아져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조합원들의 불만이 있었지만 우리 임금의 60% 수준인 협력업체 노동자를 돕자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하이닉스 노조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으로 1만2265명(지난해 말 기준)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그동안 대기업이 성과를 협력사와 공유하는 ‘성과공유제’는 있었지만 노사가 함께 임금 인상분 일부를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지원하는 제도는 처음이다. 앞으로 다른 기업이 이런 사례를 따라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한 경제단체의 임원은 “취지는 좋지만 임금 공유제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곳은 일부 대기업뿐인데, 1차 협력업체는 우량한 곳이 많아 필요성이나 가능성 측면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대-중소기업간 임금격차가 심하고 적정 납품단가 등의 주장이 수십년간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합의는 긍정적”이라며 “향후 산업이나 업종 단위로 제도 적용을 확대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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