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구나
지난달 27일 여신금융협회는 4월 카드승인액이 54조4100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15.4% 늘었다고 밝혔다. 2012년 9월(15.7%)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런데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 자료를 보면, 4월 소매판매는 한 해 전에 견줘 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카드사용 증가액만큼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각종 공과금 납부와 관련한 카드결제가 크게 늘었다. 공과금 서비스 업종에는 소득세·법인세 등 국세, 전기세, 가스요금 등이 포함돼 있는데, 이 부문의 4월 카드승인액이 7조원이다. 한 해 전(2조8600억원)에 견줘 무려 144.8%나 늘었다. 이는 올해부터 국세를 한도 없이 카드로 낼 수 있게 된데다, 예외적으로 허용됐던 건강·고용·산재보험료 카드납부가 지난해 9월부터 누구나 1000만원까지 가능해진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4월부터는 국민연금도 1000만원까지 카드납부가 가능해졌다.
공과금을 제외하면 카드사용액은 전년동월대비 7.01% 증가했다. 지급결제 수단 가운데 카드 거래 비중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 5년간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카드 지급결제 비중(개인·법인)은 2010년 73.2%, 2011년 78%, 2012년 80.9%, 2013년 82.2%, 2014년 84%다. 특히 지난해부터 소득공제 혜택이 커진 체크카드 사용 증가가 한몫을 했다. 4월 체크카드 승인액은 1년 전보다 20.9%나 늘었다.
지난해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사회 전반의 소비가 줄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올해 4월 카드 승인액 증가율을 키웠다. 여신협회의 ‘2014년 4월 카드승인실적 분석’을 보면, 의류(5.4%→-4.3%), 레저(12.6%→-3.8%), 미용(8.1%→0.6%), 인터넷상거래(43.9%→18.9%) 등의 업종에서 전년동기대비 승인액 증가율이 상반월(1~15일)에 비해 하반월(16~30일)에 급격히 떨어진 바 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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