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미래부 9일 통신정책 공청회
경쟁 수위까지 관리하는 미래부 정책이 독과점 시장 만들어
요금 인가제 폐지는 사전 규제 음성화할 수 있다는 지적 나와
제4사업자 신개념 통신망 제시 못하면 특혜 논란 재연 우려
경쟁 수위까지 관리하는 미래부 정책이 독과점 시장 만들어
요금 인가제 폐지는 사전 규제 음성화할 수 있다는 지적 나와
제4사업자 신개념 통신망 제시 못하면 특혜 논란 재연 우려
미래창조과학부가 9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실에서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 및 ‘2015년도 기간통신사업의 허가 기본계획’에 대한 공청회를 연다. 이미 이통사들이 각각 ‘관리중인’(?) 학계 전문가들을 앞세워 ‘장외 공청회’를 벌이고 있던 터라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겁다. 미래부는 지난달 28일 “국정과제인 ‘통신비 부담 낮추기’의 일환이다”는 설명과 함께 이들 정책을 발표했다.
공청회 안건으로 올려질 미래부 정책의 핵심은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와 요금 인가제 폐지다. 미래부는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진입 문턱을 낮춰 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에 뒤이을 제4 이동통신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게 하고,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에스케이텔레콤에 대한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를 등장시켜 이통 3사의 시장 독과점 구조를 깨트리고, 동시에 에스케이텔레콤의 발목을 잡던 요금 인가제를 폐지해, 서비스 질 및 요금 경쟁이 활성화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사업자 수를 늘리고, 사전 규제 성격의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면 필연적으로 경쟁 활성화는 일어난다. 하지만 우선 순위가 잘못돼 효과가 반감되거나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먼저 이통 3사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을 사업자 수 탓으로 돌리며, 제4 이통 사업자를 등장시키면 독과점 상황이 깨질 수 있다고 보는 미래부 판단에 이견이 많다. 한 학계 전문가는 “미래부가 경쟁 수위까지 관리하는 ‘관리경쟁’ 정책이 이동통신 시장을 독과점 상태로 만들었다고 보는 게 옳다. 경쟁정책은 경쟁을 활성화해 시장을 보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이동통신 시장에 대한 미래부의 경쟁정책은 시장이 아닌 ‘주자(사업자) 보호’란 함정에 빠지면서 제구실을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는 “관리경쟁 관행을 그대로 둔 상태로 제4 이통 사업자를 허가하면, 정부가 보호해야 하고 이용자들이 먹여살려야 할 사업자가 하나 더 늘어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 정책 자체에 대해서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제4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 신청은 여러번 있었으나 전문가 심사 과정에서 능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 모두 탈락됐다. 대부분 재정 능력이 떨어졌다. 미래부는 이번에는 일부 지역만 통신망을 구축하면 나머지 지역은 기존 이통사들의 통신망을 빌려쓰게 하는 방식으로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해서 등장하는 제4 이통 사업자의 정체성이다. 기존 이통사의 통신망을 빌려쓴다는 점에서 알뜰폰 사업자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미 27개에 이른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사업자는 김영삼 정부 시절 사업자 허가 남발로 1990년대 중반 5개까지 늘어났다가 사업자간 인수합병을 통해 지금의 3개로 줄었다. “5개를 3개로 줄이면 마케팅비가 연간 1조원 이상 절감돼 그만큼 투자 여력이 커진다”는 사업자들의 건의에 따라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사업자가 늘어날 때마다 큰 후유증을 겪은 것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제2 이통 사업자 허가를 두고는 정권이 김영삼 정부로 바뀐 뒤 ‘사돈 기업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면서 사업권이 회수됐고, 개인휴대전화(PCS) 사업자 허가 뒤에는 비리 청문회가 열려 허가 업무를 담당했던 정보통신부 관료들이 줄줄이 구속되기까지 했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제4 이통사의 진입 문턱을 낮춰주는 게 명분을 가지려면, 산업적으로 우리나라가 새로운 먹거리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미래지향적인 신개념의 통신망을 사업자 쪽이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이동전화 사업자와 개인휴대전화 사업자 허가 이후의 ‘특혜’ 내지 ‘비리’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요금 인가제 폐지 방식에 대해서도 수근거림이 많다. 요금 인가제 폐지는 이용자와 후발 사업자 보호 명분으로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사전 규제를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관리경쟁의 관행이 남아있는 상태에서의 요금 인가제 폐지는 자칫 ‘말뿐’이거나 사전 규제를 음성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발 사업자들은 신고제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신고 전에 이미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한 규제가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내세워진다. 신규 사업자 허가와 주파수 배분 같은 정책만 미래부에 남기고, 경쟁 상황에 대한 감시 및 이용약관(요금 포함) 규제는 공정거래위원회로 넘겨서 사업자들이 담합해 이용자 권익을 침해하는지 살펴야 요금 인가제 폐지 효과를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는 물론이고 학계 전문가들까지도 공개적으로는 이런 부분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린다. 취재에 응한 대학교수들도 “얘기를 해줄 수는 있는데, 내 이름은 물론이고 소속기관도 밝히면 안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한 이통업체 관계자는 “학자들까지도 미래부는 물론이고 이통사들의 눈치를 본다”고 전했다. 9일 열리는 공청회에서 이런 부분이 공개적으로 짚어지기를 기대해본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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