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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IMF, 국가부채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빚 갚기보다 재정지출 늘려라”

등록 2015-06-08 20:40수정 2015-06-09 01:35

재정 여력 있는 국가에 권고
한국, 30개국중 안정성 2위 꼽아
‘채무 줄이면 되레 성장 저해’ 지적
국제통화기금(IMF)이 ‘나랏빚이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인식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는 빚을 갚는 데 나서는 대신 성장을 위해 정부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이 기구는 제안했다. 국제통화기금의 국가별 재정 안정성 비교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분석 대상 30개국 가운데 두번째로 재정 여력이 큰 나라로 꼽힌다.

■ 채무에 대한 새로운 시각

국제통화기금 조사국의 조너선 오스트리 부국장은 지난 2일(현지시각) 낸 ‘국가채무는 언제 줄여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는 채무를 줄여선 안 된다. 오히려 성장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2008년 이후 채무 부담이 크게 늘어난 선진국에선 성장률을 높여 채무 비율을 점진적으로 낮춰야 할지 아니면 적극적으로 채무 상환에 나서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채무 상환을 강조하는 쪽의 논리적 허점을 짚는다.

먼저 ‘과중한 채무가 성장률을 떨어뜨린다’라는 주장에 대해 보고서는 “빚을 갚기 위해 세금을 더 걷거나 지출을 줄이는 것은 경제에 이롭지 않다”고 반박한다. 채무 증대로 인해 늘어나는 이자 비용보다 채무 상환을 위해 걷어야 하는 세금이나 줄여야 할 지출이 더 많고, 이런 조처가 성장을 더디게 한다는 것이다.

또 ‘미래의 재앙에 대비하기 위해 채무를 줄여야 한다’라는 주장을 두고서도, 보고서는 “낮은 채무 수준은 예기치 못한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지만, 채무 감소가 투자와 성장을 대가로 삼는다면 (채무 감소가 만든) 여력은 환상에 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불확실한 미래 위험에 대비해 채무를 줄이기엔 희생해야 할 가치들이 작지 않은 만큼, 채무 상환이 능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데이비드 웨설 국장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낸 칼럼에서 “재정 건전성만 강조해오던 국제통화기금의 이런 시각 변화는 그동안 (세계 경제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징표”로 해석했다.

■ 한국 재정여력은 매우 안정적

국제통화기금도 그리스나 일본, 이탈리아 등 국가 파산 위기에 놓인 국가는 하루빨리 빚을 갚아야 한다고 말한다. 국가채무와 관련한 새로운 제안은 ‘재정 여력’(Fiscal Space)이 넉넉한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국가별 재정여력 현황
국가별 재정여력 현황
국제통화기금이 지난 2010년 재정 여력을 평가하기 위한 대안 지표를 제안했고,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국가별 재정 안정성을 평가할 때 이 지표를 쓰고 있다. 현재의 국가채무비율(국가채무를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과 한계상황에 다다른 국가채무비율(현 경제 상황에서 국가 파산에 이르게 하는 채무 수준을 국내총생산으로 나눈 값) 간의 격차를 통해, 재정 여력을 추산하는 식이다.

이 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재정 여력은 241.1%포인트 수준이다. 분석 대상 30개국 가운데 노르웨이(246%포인트)에 이어 두번째로 재정 여력이 크다. 미국(165.1%포인트)과 독일(167.9%포인트)에 견주면 50%포인트가량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국제통화기금은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는 예외적으로 낮은 금리로 채무 이자 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 (채무 상환보다) 지출 확대를 통해 성장률을 올리면 국가채무비율은 낮아진다”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은 지난달 말 발표한 ‘2015년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서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적극적인 정부 정책으로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정부가 지출을 대폭 늘려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현재 수준(2013년 결산 및 일반 정부부채 기준 565.6조원)의 두배가 넘는 1200조원까지 늘더라도, 국제통화기금의 재정여력 지표로 볼 때 ‘안정권’에 속한다.

그동안 정부가 재정 건전성에 무게를 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논의가 국내에서 본격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경제의 장기적 성장보다 단기 지표에 더 예민하게 반응해온 정치권의 관행도 국가 채무에 대한 인식 전환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국제통화기금이 경제의 장기적 역동성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 데 비해 선거로 선출된 각국 정부는 임기 내 단기 경제 성적표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평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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