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디폴트때 국채 4800만달러 사들여
채무 탕감 합의않고 13억3000만달러 상환받아
채무 탕감 합의않고 13억3000만달러 상환받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1977년 미국에서 창립됐다. 이 헤지펀드는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의 두 펀드를 운영한다. 지난 4일 삼성물산 주식 7.12%를 확보한 건 엘리엇어소시에이츠다. 전체 운용자산은 260억달러(약 29조원)로, 경제월간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수익률은 6.8% 정도였다. 엘리엇은 스스로를 “주주가치 증대와 도덕적인 기업지배구조라는 바탕에 모든 주주들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적극적 투자자”로 소개한다.
엘리엇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는 미국인 폴 싱어(Paul Singer·71)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이다. 1977년 자본금 130만 달러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공화당을 지지하면서, 성소수자 운동도 옹호하는 정치적 성향의 소유자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2001년 아르헨티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계기로 국제 금융계에 일약 이름을 알렸다. 2001년 1000억 달러 규모의 아르헨티나 디폴트 선언 뒤 국제 채권단은 채무의 75%까지 탕감해주는 구조조정에 합의했지만, 엘리엇은 이 합의에 응하지 않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당시 엘리엇은 디폴트로 아르헨티나 국채 가격이 폭락한 틈을 타 액면가 4억달러의 국채를 4800만달러에 사들인 뒤, 소송에서는 액면가와 이자를 포함한 13억3000만달러를 상환요구해 승소했다.
엘리엇은 지배구조 관련 투자에서 2004년 삼성물산에 투자한 영국 연기금 ‘헤르메스’, 2003년 에스케이(SK)에 투자한 헤지펀드 ‘소버린’만큼 이름이 알려진 펀드는 아니지만, 세계 각국에서 성공적인 투자경력을 자랑하고 있다. 2003년 미국 피앤지(P&G)가 독일기업 웰라를 인수하며 제시한 우선주의 가치가 부당하다며 독일 펀드와 손잡고 주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고, 2005년에는 주당 24달러에 사모펀드에 매각이 예정돼 있던 미국 유통업체 샵코(shopko)의 매각가가 너무 낮다고 주장해 29달러로 올려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2006년에는 스위스 인력컨설팅업체 아데코(Adecco)가 독일기업(DIS)을 인수하는 과정에 개입해 지분가격을 주당 54.5유로에서 113유로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은 시장의 틈새를 잘 파고드는 전문성이 높은 펀드다. 한국인 매니저를 두고, 한국 제도를 연구해 다양한 ‘공격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국부 유출’ 식으로 정서적으로 접근해선 안 되고, 주주로서 요구사항이 정당한지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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