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보고서’로 신경영 기폭제
“성공은 잊고 진지하게 미래 고민해야”
“성공은 잊고 진지하게 미래 고민해야”
“신경영은 잊어라.”
후쿠다 다미오 전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현 일본 교토공예섬유대학 명예교수)은 삼성 사내홍보 매체인 <미디어삼성>과의 인터뷰에서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1989년 삼성전자 정보통신부문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된 이후 이건희 회장의 1993년 ‘신경영 선언’의 기폭제가 됐던 ‘후쿠다 보고서’를 썼다.
후쿠다 전 고문은 “이 회장이 제 보고서를 읽고 ‘이런 일이 있었냐’며 크게 화를 냈다고 들었다”며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하자마자 국내 임원들을 불러들였고 그곳에서 굉장한 회의가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대변되는 신경영 선언을 한 것이다.
그는 “(신경영 선언) 그 후 10년간은 대단했다”며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매출이 약 30배 늘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 회장과의 면담을 소개하면서 “‘삼성의 철학을 디자인에 담아라’는 말을 듣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전공은 경영이지만 공학이나 역사, 예술 등과 같은 폭넓은 관심사를 갖고 있구나, 개인적으로 깊이있게 공부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큰 성공에도 후쿠다 전 고문은 “지금의 삼성은 선구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대단히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그것을 제대로 잘해 나가느냐 여부에 따라 향후 10~20년이 좌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1993년의 이야기는 잊어달라. 신경영을 통해 이룬 지금까지의 성공 사례나 기억은 잊고, 리셋해야 한다. 지금은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삼성인 전체가 진심으로 고민해야만 하는 시기다”라고 밝혔다. 또 “스스로 개척해야만 한다는 것과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는 것 때문에 1993년보다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무엇을 하면 정말로 좋을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삼성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이 회장을 만난다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오히려 지금 어떤 준비를 하면 될지, 또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 듣고 싶다”며 “항상 미래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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