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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황영기 “법적 요건 넘어 주주 정서·이익 고려했어야”

등록 2015-06-11 20:19수정 2015-06-19 12:53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인터뷰]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는 의사소통이 부족했다.”

황영기(63)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지난 10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을 두고 촉발된 논란에 대해 이런 평가를 내놨다. 다음달 17일 합병을 결의하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주장한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 간의 대결 구도가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간의) 구체적인 합병비율에 대해 사전에 주주와 소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더라도, 일반적인 주주와의 소통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며 “합병안이 발표될 때 여의도 바닥(증권가)에서도 ‘아! 그래서 주가를 낮췄던건가’라는 불만이 나왔다. 일부러 주가를 조작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삼성물산이 주가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안해온 것도 사실이다. 의혹을 살만한 일이 전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 대표기업인만큼 좀더 면밀하게 준비를 해서 합병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단순히 법적 최소 요건만 따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주주들의 정서와 이익보호에 대한 측면까지 고려하는, 한 단계 더 높은 합병 목표가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163곳을 회원사로 둔 이익단체다. 황 회장은 지난 1월20일 161개 회원사가 직접 참여한 선거에서 50.96%의 득표를 얻어 3년 임기의 협회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카드·화재보험사를 제외한 모든 금융업권을 두루 거쳤다. 2001년 삼성증권 사장을 지낼 때 공격적 경영 행보로 ‘검투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4년~2007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맡은 데 이어, 2008년 케이비(KB)금융지주 회장 자리에도 올랐지만 금융당국과의 마찰로 1년 만에 물러나야 했다.

황 회장의 친정은 삼성이다. 그 스스로도 “삼성그룹 비서실이 가장 오래 다닌 직장”이라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그의 첫 직장은 삼성물산이다. 그는 엘리엇에 대한 일침도 잊지 않았다. “엘리엇은 주가가 오르면 팔고 나갈 가능성이 크다. 헤지펀드가 삼성가 후계 구도의 정통성을 확보해주려고 자기네 돈을 써가면서 이런 일에 나섰을 리는 없다. ‘한탕’하고 가려는 목적으로 온 것 아니겠느냐. 헤지펀드들이 한국시장은 들어와서 지배구조 문제를 공격하면 언제든지 돈벌어 나갈 수 있는 시장으로 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엘리엇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한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기자의 질문에, 황 회장은 “그런 시각으로 보면 국내 대부분 재벌그룹들이 언제든지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의 지배구조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한국 경제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벌어진 국내 기업들의 특성이 있는만큼 승계 과정에서 천천히 바꿔나갈 시간을 줄 필요도 있다. 갑자기 미국 지이(GE)나 일본 도요타에 맞추라는 건 무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삼성 등 대기업들이 후계구도 승계 과정에서 외국 투자자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교훈이 이번 사태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 합병안, 투자자와 소통 부족
헤지펀드에 공격 빌미 안 주도록
후계구도 승계과정 치밀한 준비를

초저금리로 주가 새 흐름 시작된 듯
투자상품 공제 소득기준 상향 건의

내친 김에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판단 기준은 이번 합병이 삼성물산 주가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닐지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황 회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일은 필요하다. 다만 국민연금은 덩치가 매우 크고 국민의 재산이라는 측면을 고려해,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도구로 쓰는 것보다는 운용수익률 극대화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를 도입할 방침이다. 영국·일본 등에서 시행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는 일종의 행동준칙이다. 황 회장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에 대한 책임있는 투자 등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장기투자성 자금을 운용하는 연기금이 선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별 평균 주식보유기간(2010년 자본시장연구원 조사 기준)을 보면, 개인 투자자와 자산운용사가 각각 0.4년과 0.36년인데 견줘 국민연금은 1.23년, 외국인 투자자는 1.14년이다.

최근 몇년간 일정한 범위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올들어 한단계 오른 뒤 지난달부터 조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 회장은 “올해 주가 상승은 기준금리가 1%대로 떨어지면서 투자자금이 유입된 결과로 봐야 한다. 1%대 기준금리는 예금 중심이었던 우리나라 시장에서 일종의 ‘건전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그로 인해 자본시장으로 돈이 몰려왔다. 일시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좀더 거대한 추세의 시작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률 하락이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발 경기 영향 등 증시 변동성을 높일만한 대내외 변수가 있으나,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저금리로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국내에서 제대로된 ‘주식투자 문화’(Equity Culture)가 자리잡힐 시점이 왔다고 황 회장은 보고 있다. 황 회장은 “드라마를 보면 시어머니가 며느리 칭찬하면서 ‘주식투자도 안하고 착실하다’고 말하는 내용이 종종 나온다. 우리나라에 사실상 에쿼티 컬쳐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회사들이 투자자들한테 솔직하지 않고 대주주 이익을 위해서 움직인다거나 공시도 투명하게하지 않았던 측면이 있다. 게다가 기관투자자들도 자산운용을 할 때 제약이 많았다. 주식은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있는 데 감사나 평가를 하는 쪽에서 왜 적자를 봤냐고 하면 꼼짝 못한다. 기관이나 개인이나 ‘투자’ 보다는 ‘투기’로만 보는 문화가 여전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식투자 문화를 뿌리내리기 위한 전제 가운데 하나로, 증권사들이 투자자 보호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 예로, 지난달 29일 협회는 최근 1년간 투자 의견(분석 보고서)을 제시한 증권사들에게 투자등급 비율을 공시하도록 했다. 국내 증권사 33곳의 ‘매도’ 의견 비율은 평균 0.3%에 그쳤다.

그는 “세계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가장 많이 내는 크레디리요네(CLSA) 증권의 경우, 전체의 30% 이상이 ‘매도’ 의견이다. 궁금해서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기업금융’을 하지 않아서라고 하더라.(웃음) 보통 외국 증권사들은 법인영업 쪽이 리서치 쪽에 간섭을 못하도록 해놓은 경우가 꽤 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예를 들어 삼성전자 매도 의견을 내면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를 볼 낯이 없다는 이유로 눈치를 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삼성증권 사장을 할때 비슷한 경험이 있다. 골드만삭스가 ‘중립’ 의견을 내서 내가 불러다 야단친 적이 있다. 이런 부담을 없애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외국 증권사들은 기관투자자 ‘빽’으로 독립성을 지키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만일 매도 의견을 낸 상대 기업이 향후 해당 증권사에 정보 접근을 어렵게 한다거나 하면, 증권사는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을 중지한다는 알림을 기관투자자들에게 보내고, 기관투자자들은 정보를 차단한 기업에 항의를 하는 식”이라고 전했다.

황 회장은 “고령화 시대에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매달 나오는 고정수입인데 소득대체율이 낮아 ‘용돈연금’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과 은행에 넣어둔 예금으로는 답이 잘 안나오는 게 현실이다. 중위험·중수익 금융상품을 꾸준히 업계가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고령층일수록 실패를 감안할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 노력이 한층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최근 금융당국에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투자상품의 소득기준을 연봉 1억5천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건의한 뒤, 협의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유일하게 장기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는 상품이 소득공제장기펀드(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만 가입가능)인데, 배를 근사하게 만들어놨는데 배 밑에다 구멍을 하나 뻥 뚫어놓은 격이다. 가입요건에 대한 진입장벽이 큰 탓이다. 이 펀드를 현재 도입이 추진중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WA)와 통합해서 과세혜택을 주고, 소득 기준을 1억5000만원으로 끌어올려 실질적으로 중산층이 혜택을 받도록 바꿀 필요가 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는 하나의 계좌에 예금, 적금, 펀드, 보험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넣고 일정기간동안 보유해 발생한 이자, 배당 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상품으로, 지난헤 9월 금융위에서 도입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현재 내년 도입을 목표로 기획재정부 세제실과 협의중이다.

그는 증권사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기존 은행업무를 답습한 인터넷은행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챨스슈왑은행과 다이와넥스트뱅크 등 증권사가 참여한 곳은 실적이 좋았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곳은 기존 은행들이 아니라 증권사가 될 것”이라며 “예금과 투자를 아우르는 자산관리 서비스에 용이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보연 김효진 기자 whynot@hani.co.kr

[관련영상] 1)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리고 엘리엇 매니지먼트
2)시민단체들의 고발장 남발, 지켜만 보는 검찰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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