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판단 따라 별도 처분 가능”
“주주에 영향 주니 제한해야” 엇갈려
엘리엇,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내
학계선 ‘주주평등의 원칙’ 위배 지적
“주주에 영향 주니 제한해야” 엇갈려
엘리엇,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내
학계선 ‘주주평등의 원칙’ 위배 지적
삼성물산이 자사주(5.76%)를 우호세력인 케이씨씨(KCC)에 지난 10일 매각한 것을 두고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주장이 엇갈린다. 삼성은 “적법한 절차”라고 주장하는 반면 엘리엇은 “불법”이라며 가처분 소송을 낸 상태다. 엘리엇은 7월17일 열리는 임시주총의 합병 결의뿐 아니라 케이씨씨가 매입한 삼성물산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도 막아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한 사실을 15일 추가로 공개했다. 양쪽의 팽팽한 법적 공방은 19일부터 시작된다.
이날 국내 법원의 자사주 처분 관련 판례를 살펴보면, 네 차례 판례 가운데 세 차례는 삼성 쪽 손을 들어준다. 2003년 에스케이(SK)와 소버린이 다툼을 벌일 때 나온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비롯해 2007년 수원지법 성남지원과 서울북부지법 판결은 자사주 처분을 주주평등의 원칙이 적용되는 신주 발행과는 다른 경우로 취급했다. 신주 발행 때 주주가 고르게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자사주는 이사회 판단에 따라 특정인에게 처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2006년 서울서부지법 판결은 엘리엇의 주장처럼 신주 발행이나 자사주 처분이나 똑같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그동안 법률적 불안정은 여러 차례 지적됐다. 정찬형 고려대 교수(법학)는 저서 <상법강의>에서 “경영권 분쟁의 상황에서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을 우호적인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경우 다른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할 수 있고…특정주주에게 처분하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송옥렬 서울대 교수(법학)도 “경영권 방어의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도 주주의 신주인수권 침해로서 신주 발행 무효의 소의 유추적용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외국에서는 법으로 자기주식 처분 때 주주의 신주인수권이 적용된다고 명문화(영국)하거나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를 것을 요구(독일)하고 있다.
법무부 역시 비슷한 태도로 상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재계의 반발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2006년 자사주 처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담으려고 했지만 재계는 경영권 방어 수단을 이유로 반발했다. 최근에는 전경련 등 경제단체는 ‘포이즌필’(Poison pill·신주인수선택권)이나 ‘차등의결권주’ 등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승영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포이즌 필 등은 외국에서 갓 창업한 기업들을 위해 도입한 것이어서 이를 국내 대기업을 위해 받아들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관련영상] 1)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리고 엘리엇 매니지먼트
2)시민단체들의 고발장 남발, 지켜만 보는 검찰의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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