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30명으로 늘어난 3일 시민들은 불안감 속에 하루를 보냈다.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에서 지하철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 연합
메르스 사태 예측 안돼 정부 눈치 보느라…한시적 적용
이동통신 회사들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피해 고객들의 통신요금 감면과 관련해 정부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신요금 감면 대상과 폭이 축소되거나 제대로 안내되지 않는 모습까지 나타나고 있다.
메르스 피해 고객들의 통신요금 감면 방침을 가장 먼저 내놓은 통신사는 엘지유플러스(LGU+)다. 이 업체는 15일 보도자료를 내어, 메르스 감염 확진을 받았거나 접촉 사실이 드러나 격리된 고객들의 6월치 유·무선 통화요금(이동통신 통화료, 초고속인터넷·070인터넷전화 이용료, 인터넷텔레비전(IPTV) 기본료)을 감면하고, 데이터통화를 추가 요금 없이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감염 확진자나 격리자 쪽에서 볼 때, 통화요금 면제와 데이터통화 무제한 제공은 큰 도움이 된다. 가족이나 지인들과 요금 걱정 없이 통화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키고, 데이터통화료 걱정 없이 영화를 보거나 지인들과 사진·영상 등을 주고받으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엘지유플러스는 “메르스 확진자와 격리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정확한 정보를 얻도록 돕기 위해서”라며 “고객센터(휴대전화에서 114)로 신청해줄 것”을 당부했다.
메르스 추가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추세로 볼 때, 메르스 사태는 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엘지유플러스는 메르스 피해 고객들에 대한 통신요금 감면을 6월치로 한정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정부 눈치가 보여서다.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메르스 사태 조기 해결과 일상생활 유지를 외치고 있는데, 6월치로 못박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가 7월 이후까지 진행된다고 보고 있는 것이냐’는 눈총을 받을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과 케이티(KT)는 더욱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15일 오후 늦게 메르스 피해 고객들의 통신요금 감면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내놓으면서 ‘추가 질문’을 거절했다. “왜 6월치 통신요금만 감면하냐?”, “메르스 확진자와 격리자한테는 데이터통화 무제한 제공이 더 절실할 것 같은데, 왜 이 부분은 빠졌냐?” 등의 질문에 “보도자료에 있는 대로만 전달해달라”고 일축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쟁업체가 요금감면을 한다고 해서 우리도 한다고 했지만, 메르스 얘기를 하는 게 정부 눈치도 보이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케이티는 보도자료도 내지 않은 채 “기사를 쓸 때 케이티도 요금감면을 준비중이라고 한줄만 걸쳐달라”고 요청했다. 어떤 요금을 얼마나 감면해줄 것인지, 데이터통화 무제한 제공 등은 하지 않는지, 어디로 신청해야 하는지 등 이용자한테 필요한 정보는 하나도 내놓지 않았다. 홍보담당자의 말로 “한다”고 했을 뿐 보도자료 등을 통해 공식 발표를 내놓지 않은 상태라 요금감면을 하지 않아도 고객들은 할 말이 없다.
만약에 메르스 사태가 7월까지 이어질 경우, 이통사들은 7월 메르스 확진자와 격리자들에게도 요금감면을 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 차별 시비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이통사들은 메르스 피해 고객들의 7월치 통신요금을 감면한다는 안내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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