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다목적홀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의 기자회견은 1991년 12월 삼성전자 입사 이후 처음이다.
이번 사과는 지난달 취임한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이뤄졌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특히 메르스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과 유족분들, 아직 치료 중이신 환자분들, 예기치 않은 격리조치로 불편을 겪으신 분들께 죄송하다”며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있다. 환자 분들과 가족 분들께서 겪은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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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을 읽는 내내 이 부회장의 목소리는 침울했다. 주변에 도열한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들 역시 숙연한 표정이었다.
이 부회장은 환자에 대한 치료를 약속했다. 그는 “환자분들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해 드리겠다. 관계 당국과도 긴밀히 협조해 메르스 사태가 이른 시일 안에 완전히 해결되도록 모든 힘을 다 하겠다”라고 밝혔다. 또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했다. 제 자신 참담한 심정이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 혁신 대책도 내놓았다. 이 부회장은 “사태가 수습되는 대로 병원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응급실을 포함한 진료 환경을 개선하고 부족했던 음압병실도 충분히 갖춰 환자분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앞으로 이런 감염 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예방 활동과 함께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의료진은 벌써 한 달 이상 밤낮 없이 치료와 간호에 헌신하고 있다. 이 분들에게 격려와 성원을 부탁 드린다”라며 “메르스로 큰 고통을 겪고 계신 환자 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면서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날은 이 부회장의 생일이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