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과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
LG경제연구원 ‘리더 리스크’ 보고서
“예전엔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용인됐지만
구성원의 민감성과 사회적 시선 크게 변해
인재 떠나고 불매운동 벌어지고…
조직이 감당해야 할 비용 크게 늘어나”
“예전엔 카리스마적 리더십으로 용인됐지만
구성원의 민감성과 사회적 시선 크게 변해
인재 떠나고 불매운동 벌어지고…
조직이 감당해야 할 비용 크게 늘어나”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은 조직의 성과가 그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리더십 크기에 비례한다는 ‘뚜껑의 법칙’(The Law of the Lid)을 제시했다. 아무리 병이 커도 뚜껑(리더십)의 면적이 좁다면 병목현상이 생겨 제 구실을 할 수 없고, 부하의 능력과 열정을 제대로 끌어내 활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24일 엘지(LG)경제연구원이 내놓은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 코스트 높아졌다’ 보고서는 리더들의 비인격적 감독행위가 조직적 성과를 떨어뜨릴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조직 안팎에 큰 물의를 일으킨 ‘땅콩회항 사건’이나 ‘중앙대 박용성 전 이사장의 막말’ 같은 사례가 이에 해당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업체 등 집단 안에서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폭언·인격모독발언·의견묵살 등)은 대부분 조직 성과를 높인다는 명분이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라는 이름 아래 암암리에 용인되거나 유야무야 묵인돼 왔다. 원지현 엘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성과 압박으로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이 최근 더 증가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 빈도나 강도가 현격히 높아졌다기보다는 이제 이를 지각하는 조직 구성원들의 민감도나 사회적 시선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증가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정보의 공유·확산이 용이해지면서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이 기업의 평판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엔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에 문제 제기하는 사람을 오히려 조직 부적응자로 만들거나, 구성원들조차 무뎌져 심각성을 못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이런 이슈들이 쉽게 확산되고 한 번 퍼지면 막기 어려워졌다. 같은 회사 동료들 간의 익명 소통 앱인 ‘블라인드’를 통해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리더의 비인격적 행동의 진상이 드러나고 외부에 알려져 공분을 산 일이 대표적이다. 조직이 감당해야 할 비용도 커졌다. 정서적 소진과 모멸감을 경험하다가 뛰어난 인재가 끝내 참지 못해 회사를 떠나고,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거나 불매 운동이 일어난다.
그렇다고 리더가 ‘사람좋은’ 나이스 가이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경영학의 대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유능한 리더는 사랑받고 칭찬받는 인기있는 사람이 아니다. 리더십은 성과”라고 말했다. 연구원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 대해 “그는 흔히 생각하는 바람직한 리더상은 아니었다”며 “때로는 구성원들을 혹독하게 대하며 탁월한 성과를 내는 리더였다”고 평했다. 리더는 회사를 위한 행동과 자신을 위한 행동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며, 구성원들로부터 자신의 감독행위에 대한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얘기다.
조계완 기자 k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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