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국제투자분쟁중재(ISD)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우리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2008년 1월12일,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중앙)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모습.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투자자-국가 국제투자분쟁중재(ISD)와 관련해 국회 입법조사처가 우리 정부의 밀실주의 등을 들어 대응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29일 미국 워싱턴에서 2차 심리가 시작되는 가운데 우리 국회의원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의 참관 신청은 이번에도 거부됐다.
국회 입법조사처 원종현 입법조사관은 28일 ‘론스타 아이에스디 제소의 문제점과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론스타가 근거로 제기한) 한·벨기에 투자협정의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해봐야 알겠지만, 우리나라가 다소 불리한 입장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입장”이라며 “그럼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은 다소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 이유로 먼저 우리 정부의 밀실주의를 꼽았다. 보고서는 “소송 관련 모든 사항에 대해 정부는 비공개 원칙에 의한 소극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아이에스디 중재의향서를 접수하면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곧바로 전문을 공개하는 미국이나 캐나다 정부와는 다른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론스타는 한국이 2007년 이후 홍콩상하이은행과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절차를 지연시키고 부당하게 과세를 해 5조1000억원(46억7900만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2012년 5월 우리 정부에 중재의향서를 보냈다.
지난달 15일~22일 세계은행 산하 국제중재기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서 1차 심리가 열렸으나 정부는 정보 기밀유지 관련 절차명령이 있었다며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론스타와 우리 정부 중 누가 기밀유지 명령을 신청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민변이 심리 참관을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양쪽 중 한쪽이라도 반대하면 거부되는데, 누가 반대했는지도 비공개다.
정부는 1차 심리를 마치고 지난달 26일 2쪽짜리 보도자료를 통해 “론스타 관련 행정조치는 공정·공평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련 정보를 대외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론스타 아이에스디와 관련해 3년여만에 낸 입장 자료였는데, 이마저 부실한데도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강조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밀실주의 외에도 “우리 기업이나 정부가 해외 투자자에게 보여줬던 전반적 행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아이에스디 제소의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후진적인 지배구조나 경영행태에 대해 국내 사법제도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은데, 국제 투자 기준에 미흡한 사법 결과가 나올 경우 해외 투자집단은 아이에스디를 활용하게 돼 오히려 국가적 손실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외국인 투자자와 관련해 글로벌 기준에서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의 규제 방안이 필요하고, 중재 결과에 따라 상당 규모의 세금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2차 심리에 김제남 의원(정의당)과 민변이 참관 신청을 냈으나 또 거부됐다. 민변은 론스타가 청구한 5조원대의 계산 내역을 밝히라며 29일 정보공개청구소송을 제기한다. 밀실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대표 발의한 박주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수조원의 국민 부담이 우려되는 아이에스디에 대해 정부는 진행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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