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오른쪽)이 29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을 비롯한 각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협상 대표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국은 이날 50여개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AIIB 협정문 서명식을 열었다. 베이징/연합뉴스
‘AIIB’ 창립협정문 서명
한국, 자력 이사국 지분 확보못해
역내 회원국 33곳과 경쟁
정부 “부총재직도 가져와야”
한국, 자력 이사국 지분 확보못해
역내 회원국 33곳과 경쟁
정부 “부총재직도 가져와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협정문 서명은 국제 금융질서 개편의 서곡이다. 2차 대전 후 반세기 동안 철옹성 같던 미국 중심 금융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계 금융질서가 급격히 변화하는 틈바구니에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찾아야 하는 우리나라의 도전도 시작됐다.
■ 중국 주도 AIIB 설립, 배경과 의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국제 금융기구이다. 2013년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남아 순방 중 유도 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 은행 설립을 처음 제안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이란·파키스탄·인도 등 중국 인접국 간 양해각서(MOU)가 체결됐고, 그 뒤 한국은 물론 영국과 독일, 프랑스까지 동참했다. 중국은 투표권 26.06%(지분율 30.34%)를 가져가 거부권을 확보했다. 중국이 이 은행을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뜻에 반해 협정문을 개정하거나 은행 규모를 키우고, 이사회 규모나 구성도 바꿀 수 없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은 미국 중심 국제금융질서에 대한 중국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개혁 불발은 중국을 자극한 결정적 계기였다. 중국은 줄곧 경제적 위상만큼 국제통화기금 내 영향력 확보를 요구했으나, 미국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 베이징 주재 외교관은 28일 <로이터>에 “중국은 지속적으로 국제금융기구 개혁을 요구했으나 미국에 의해 좌절됐다.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 설립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내적 요인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배경의 또다른 축이다. 이 은행은 중국의 미래 국가전략으로 꼽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 해상 실크로드를 잇는 중국 중심의 경제 벨트)의 한 구성요소다. 지난 30년간 성장의 중심 축이었던 동부권 바다 인접 도시가 투자 포화상태를 맞으면서, 중국 정부는 서부 지역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대일로는 중국이 앞으로 30년 동안 먹고살 기반을 마련하려는 거대전략이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은 이 그림을 실현할 핵심 고리”라고 분석했다.
■ 한국, 기회이자 도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은 우리에겐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겨야 할 새로운 장이 열렸다는 뜻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협정문 서명식 전날밤인 지난 28일 중국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 지역 인프라 건설 기회가 확대되면 우리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가 투자를 집중할 아시아 지역 투자 수요는 연간 7000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까지 총 8조3000억달러, 아시아개발은행(ADB)는 2020년까지 연간 7300억달러로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수요를 추산했다.
관건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내 우리나라의 영향력 확대다. 구체적으로 이사국에 이름을 올리고 부총재직도 가져와야 한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우리나라가 확보한 의결권은 3.5%이다. 자력으로 이사국이 되기 위해 필요한 의결권(4.5%) 확보에 실패했다. 4.5% 이상 의결권을 확보한 회원국은 중국(26.06%)과 인도(7.51%), 러시아(5.93%) 3국 뿐이다.
이사는 모두 12명이고 역내국에 배정된 이사수는 9명이다. 중국과 인도, 러시아를 제외하면 6개 자리를 놓고 나머지 역내 회원국 33곳과 우리나라가 경쟁을 벌여야 한다. 최희남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이사국이 되기 위해선 우리와 이해가 맞는 역내 다른 국가와 호흡을 맞춰야 한다. 부총재 선임과 관련해선 중국과 많은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라고만 말했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에선 우리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와 연합해 2년씩 번갈아 이사직을 맡고 있다.
세종/김경락 기자 베이징/성연철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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