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긴급 기업설명회가 열린 30일 오전 서울 콘레드호텔에서 윤주화(가운데)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 김신(왼쪽)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 김봉영(오른쪽)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이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합병주총 대비 주주 표심 잡기
기업사회책임위도 신설키로
합병비율 재산정 계획은 없어
투자자·전문가 반응 엇갈려
기업사회책임위도 신설키로
합병비율 재산정 계획은 없어
투자자·전문가 반응 엇갈려
제일모직이 30일 긴급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배당 확대와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등 주주친화정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7월1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펼쳐질 표 대결을 앞두고 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 참석해 “배당성향 30% 수준을 지향한다”며 “향후 투자기회, 사업성과 등을 고려해 2020년까지 배당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제일모직은 배당이 없었고, 삼성물산은 28% 배당성향을 보였다.
또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및 인수합병 등 주주 권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심의하도록 하겠다”며 “외부전문가와 사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시에스아르(CSR·기업사회책임)위원회도 새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 계열사에서 거버넌스위원회 같은 주주권익 보호기구가 만들어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에스케이(SK)·케이티(KT)·신한금융지주·네이버·현대차 등이 주주권익 보호기구를 갖추고 있다.
반면 합병비율 재산정이나 합병 무산에 따른 대비책 등은 없다고 못박았다. 김봉영 제일모직 리조트건설부문 사장은 “(삼성물산과의) 합병비율은 충분히 합리적 의사결정을 했다. 합병비율을 재산정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또 윤 사장은 “(향후 합병 무산에 따른 대비책인) ‘플랜비(B)’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고, 김 사장도 “법적 문제가 없어 합병이 성사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이 발표한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투자자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지적해온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사(APG)의 박유경 이사는 “문제가 불거진 뒤에 개선책이 나오는 것은 아쉽지만,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등 주주친화정책을 도입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주총 찬반 투표와 관련해서는 “투자자들이 이번 발표로 고민을 할 것”이라며 “우리도 글로벌 의결권 자문 기구인 아이에스에스(ISS)의 의견을 들어보고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한발 물러나는 모양을 보였다.
반면 국내 의결권분석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김상윤 분석가는 “주주친화정책에도 합병 문제의 본질인 불공정한 삼성물산 합병비율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며 “배당 상향 역시 삼성물산 주주에게 좋을 수도 있지만 비율을 따지면 제일모직 주주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간다”고 평가했다.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의 윤승영 연구원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거버넌스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은 합병의 사업 시너지 효과를 재차 강조했다. 윤 사장은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글로벌 사업역량과 다각화된 사업플랫폼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에너지 등 미래사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회사인 바이오업체를 통해 신성장동력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양철보 상무가 설명회에 참석해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필요한 자본 조달을 위해 나스닥 시장 상장 등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김효진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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