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 안내 펼침막이 내걸린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 앞으로 30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경기 회복세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본격화하기 이전에 이미 꺾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이번주 중으로 메르스 사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향후 추경 예산안의 국회 심사 과정에서 정부의 ‘깜깜이 경기 판단’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 6월 초까지 경기 낙관
“내수 회복세 강화” 되풀이
메르스 충격…하반기 더 불안
산업연 “메르스 5개월 지속땐
성장률 최대 0.42%p 하락”
■ 메르스 전에 꺾인 경기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메르스 영향이 거의 없던 5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5포인트 하락한 99.8로 나타났다.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경기의 전반적인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다. 5월 하락폭은 2012년 8월 이후 34개월 만에 가장 크다.
생산과 투자 모두 내리막이었다.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1.3% 감소(계절조정지수 기준)한 가운데, 전산업생산이 전달보다 0.6% 줄어들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도 전달보다 1.3% 감소했다. 역시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온 소비도 5월엔 회복세가 주춤했다. 5월 소매판매지수는 전달과 같은 보합세였다. 특히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고 고가 상품으로 분류되는 내구재 판매가 1.1%나 줄어들었다. 가계가 목돈이 들어가는 가전제품, 가구 구매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 정부 ‘깜깜이’ 경기 진단
정부는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한 6월 이전까지 낙관적 경기 진단을 해왔다. 이달 초 종합적인 경기 인식을 담은 그린북(최근 경제동향)에서도 정부는 “메르스 관련 상황으로 대내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내수 회복세가 강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 분기 대비 1%대 성장 전망을 내려놓은 것도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한 이달 중순에 이르러서다. 그는 5월초 기자간담회에서 “(경제 회복) 강도에 대해 이견은 있지만 나아지고 있다. 올 2분기에는 1%(전분기비) 성장률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4, 5월 지표를 보면 2분기 성장률 1%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6월에 4~5월 산업생산 평균 실적이 유지되더라도 2분기 전산업생산은 전 분기 대비 0.28% 감소한다. 정부의 경제 전망은 이처럼 현실과 괴리가 매우 크다. 재정으로 경기활력을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도 시급해졌다.
■ 메르스 충격도 심각
문제는 하반기 경기다. 이미 꺾인 경기가 메르스 늪에 빠질 우려가 크다. 일단 경제 심리가 얼어붙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6월 업황 비에스아이는 66으로 5월(73)보다 7 떨어졌다. 이는 세계 금융위기 충격이 한창이던 2009년 3월(5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표는 기준치(100)보다 낮으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메르스(MERS-CoV) 확산이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가 5개월 지속될 경우 관광지출에서만 최대 7조5616억원이 줄고, 전산업생산이 최대 13조2000억원 감소한다”며 “성장률도 최대 0.42%포인트 끌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메르스 영향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확대되고 있어 6월에도 경기 부진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경제가 정상적인 궤도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경기 보완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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