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의결할 임시 주주총회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낸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1일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사옥 앞으로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 기각
“합병비율 불공정 주장 근거 없어”
‘자사주 KCC 매각’ 관련 판단은 미뤄
삼성 “원활한 합병 마무리에 최선”
엘리엇 “법원 결정에 실망”
“합병비율 불공정 주장 근거 없어”
‘자사주 KCC 매각’ 관련 판단은 미뤄
삼성 “원활한 합병 마무리에 최선”
엘리엇 “법원 결정에 실망”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합병을 의결할 삼성물산 임시 주주총회(7월17일)를 막기 위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1일 기각됐다.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적법하게 결정됐으며, 합병 목적도 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물산이 우호지분을 늘리려고 자사주를 케이씨씨(KCC)에 매각한 것에 반발해 엘리엇이 낸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는 법원이 결정을 미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는 엘리엇이 제기한 ‘총회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엘리엇이 주장한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에 대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 5 제1항 제1호에서 계열회사 간 합병의 경우, 합병가액을 산정할 때 100분의 10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자율에 맡겨져 있는 할인 또는 할증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의 산정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합병목적의 부당성에 대해서는 “삼성물산 경영진이 삼성물산 및 그 주주의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중략) 이익만을 위하여 이 사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엘리엇이 7명의 이사에 대해 위법행위 유지청구권(이사가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하는 행위를 벌여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이사의 행위를 막도록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을 신청한 것과 관련해서는 상법 특례조항인 ‘6개월 전부터 계속 주식 0.025% 이상을 보유한 자’에게 자격을 준다는 것을 근거로 신청을 각하했다. 이는 개정 상법 시행 뒤인 2011년 고등법원 판례가 ‘0.1% 지분 보유자’(상법 일반조항), ‘6개월 이상 0.025% 지분 보유자’ 등 모두에게 유지청구권 자격이 있다고 한 것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법원의 결정에 대한 삼성과 엘리엇의 반응은 상반됐다. 삼성물산은 “환영하며 합병이 정당하고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합병이 기업과 주주에게 모두 이로우며 모든 과정이 적법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원활하게 합병을 마무리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이날도 합병 삼성물산이 대주주가 될 삼성 바이오 계열사들이 증권사 분석가와 기관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여는 등 합병 시너지 효과를 설득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반면 엘리엇은 “법원의 결정에 실망했으나, 합병안이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법원이 자사주를 케이씨씨에 부적절한 방식으로 매각한 것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지 않았으며,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행위가 불법적인 것이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애초 이날 할 예정이던 엘리엇의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정을 늦춰, 상당히 고심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사안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2011년 상법이 개정된 이후 처음으로, 이전에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처분과 관련해 판례가 엇갈렸다. 상법 개정 이후 서울대 송옥렬 교수(법학)의 ‘상법강의’ 등 교과서는 ‘이론적으로는 자기주식의 처분시에도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인정하는 것이 옳다’고 밝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사주 처분을 위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앞서 삼성물산은 주주총회에서 우호지분을 늘리기 위해, 케이씨씨에 자사주 전량(5.76%)을 매각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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