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토론 없이 회의 마쳐
‘중장기적 검토’ 의견만 모아
소득세법 개정때 ‘예견된 결과’
‘중장기적 검토’ 의견만 모아
소득세법 개정때 ‘예견된 결과’
‘세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과세 면세자 비율도 줄인다.’
2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법안심사소위원회에선, 이처럼 얼핏 봐도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가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여야 의원들은 ‘면세자 비율 축소 방안’이라는 ‘고차 방정식’에 가까운 문제를 회의 안건으로 올려놓고선, 이렇다 할 토론 한번 제대로 벌이지 않은 채 회의를 마쳤다. 결국 이 안건은 중장기 검토과제로 넘겨졌고, 정치권과 정부를 통틀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떻게 된 일일까?
올해 초 여야는 2013년 소득세제 개편과 관련해, 이른바 서민층에 대한 ‘세금폭탄론’을 거론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소득세제 개편에 따라 세부담이 늘어난 계층 가운데 연소득 7천만원 이하 급여생활자의 추가 세부담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 내용이었다. 이런 정치권의 공세에 정부는 서둘러 개정안을 마련했고 지난 5월 국회가 연말정산 보완입법을 처리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여야가 개정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선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정부가 급여소득자의 세부담을 전수조사한 결과, 서민층에 대한 ‘세금폭탄론’ 주장이 과도했다는 점이 밝혀진데다 정치권 요구를 반영해 이뤄진 보완 입법에 따라 면세자가 30만명(과세 대상자의 2%)이나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 기재위는 ‘부대 의견’의 형식을 빌려, 정부에 면세자를 줄이는 방안을 6월까지 보고하도록 주문했다. 이날 조세소위에 안건이 올라온 것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다. 면세자를 늘리라고 요구한 정치권이 면세자를 줄이는 방안도 마련해 오라는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정부에 한 셈이다.
국회의 주문을 받은 기획재정부가 마련해 온 방안은 크게 세가지였다. 근로소득세에 최저한세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과 특별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근로소득자가 받는 표준세액공제를 줄이는 방안, 소득금액 가운데 일부를 과세 대상 소득에서 빼주는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는 방안 등이다. 모두 저소득층의 세부담을 늘리게 되는 방식이다.
가령 표준세액공제 축소는 의료비나 보험료 지출이 적은 저소득 1인가구의 세부담을 높인다. 급여소득이 일정 수준만 넘으면 세금을 내야 되는 최저한세 도입도 마찬가지 결과로 나타난다. 근로소득공제 축소는 고소득자 세부담도 늘어난다는 점에서 표준세액공제 축소 등과는 차이가 있으나 저소득자 세부담이 늘기는 마찬가지다.
세법을 만드는 기재부가 나름의 해법을 냈지만, 이날 회의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이 방안에 고개를 끄덕이는 조세위원은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소위원장인 강석훈 의원(새누리당)은 “현실적으로 저소득자의 세금을 늘리는 것이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회의를 지켜본 한 조세소위 위원의 보좌관도 “‘기재부가 제시한 방안을 마치 실제 추진되는 방안으로 국민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의원이 있었을 정도다. 면세자 축소 방안이 재논의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면세자 축소 방안을 준비한 정부는 물론이고, 정부에 방안 마련을 요구한 조세소위 위원들도 진전된 논의를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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