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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우리 아파트 이름 바꿔달라”…까다로워진 개명 절차

등록 2015-07-05 19:40수정 2015-07-05 19:45

과거 시공사 동의 받아 외벽 이름 교체
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승인 여부 심의
“관심 끌어 분양가에 영향, 가격은 글쎄”
서울의 아파트단지. 김성광 기자
서울의 아파트단지. 김성광 기자
중견 주택업체 부영은 오는 12월 위례 새도시에 완공 예정인 아파트에 이 회사 브랜드 ‘사랑으로’ 대신 다른 이름을 만들어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위례 아파트 외벽에 ‘사랑으로 부영’이라는 브랜드 로고를 붙였는데, 지난달 현장을 둘러본 입주자들이 아파트 이름 교체를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4만여가구가 들어서는 위례 새도시에선 공공분양이나 임대아파트도 세련된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데, 중대형 분양 아파트인 부영의 ‘사랑으로 부영’과 원앙새 모양의 브랜드 이미지(BI)는 시대에 뒤처진다는 게 입주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한 입주 예정자는 전했다.

서울 서초구 내곡지구의 공공분양주택인 내곡1단지 아파트의 이름은 ‘서초 더샵포레’지만 지난해 말 입주 때는 ‘서초포레스타’였다. 사업자인 에스에이치(SH)공사는 애초 ‘망경타운’ 또는 ‘해밀리지’로 이름을 쓰려 했다가 입주를 앞두고 주민들이 요구한 ‘서초포레스타’로 바꿔준 뒤 입주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이 다시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브랜드 ‘더샵’을 아파트명에 끼워 넣어달라고 민원을 제기해 건설사 동의를 얻어낸 끝에 ‘서초 더샵포레’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아파트 외벽, 엘리베이터, 세대 입구에 이미 붙었던 브랜드 로고를 교체하는 데만 3000만원을 들였다.

아파트 이름에서 지역 명칭을 바꾸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북가좌동 가재울뉴타운에 들어선 ‘가재울 래미안 이(e)편한세상’ 주민들은 입주한 뒤 ‘가재울’ 대신 인근 상암동에 조성된 ‘디지털미디어시티’(DMC)로 교체해 단지 이름을 ‘DMC 래미안 e편한세상’으로 바꿨다. 인근 수색동에 있는 ‘수색자이’도 ‘DMC 자이’로 지역 이름을 바꿔 달았다. 디지털미디어시티가 이 동네의 옛 이름인 가재울보다 훨씬 인지도가 높다는 게 이유다.

주민들이 아파트 이름을 개명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가장 손쉬운 길은 건축물의 ‘호적’인 건축물관리대장은 손대지 않고 아파트 외벽 등에 이름만 바꿔 붙이는 것이다. 건설사의 브랜드 관리가 엄격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아파트 주민들이 시공사 동의를 받아 옛 브랜드를 최신 브랜드로 바꿔 다는 것도 유행했다. 이 때문에 아파트 외벽의 명칭과 건축물관리대장의 실제 명칭이 다른 아파트도 수두룩하다.

지금은 시공사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브랜드를 제외하고라도 기존 아파트 이름을 공식적으로 바꾸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민들의 청원이 있는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승인 여부를 심의하는데, 공동주택인 아파트의 특성상 집주인 100% 동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승인을 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공공 임대아파트가 분양으로 전환하는 경우 등 이름을 바꿔야 할 타당한 이유가 생긴 때는 개명이 허용되는 사례가 많다. 자치단체가 개명을 승인해 건축물관리대장의 아파트명이 바뀌면, 변경 등기를 신청해 법원에서 등기부등본상 이름을 바꾸는 게 가능해진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브랜드와 아파트 명칭에 민감한 것은, 인지도가 높아지는 데 따라 주택 거래 시장에서도 더 좋은 대접을 받을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랜드나 이름에 따른 주택 매맷값 차이가 실증된 사례는 거의 없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브랜드와 펫네임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고 청약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어 분양가에 영향을 끼친다”며 “그러나 기존 아파트가 단순히 이름을 바꾸었다고 해서 매맷값에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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