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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낮 12시 시작되는 ‘또 다른 전쟁’…쫓기는 점심시간 어떻게 피할까

등록 2015-07-06 20:40수정 2015-07-07 14:01

‘기초 질서 지키자’ 안내판까지
직장인 60% “점심시간 불충분”
삼성전자, 부서별 시간 차등화
유한킴벌리선 탄력시간제 운영
업무 효율성 떨어질까 우려도
지난 3일 금요일 오전 11시59분에서 12시로 바뀌는 순간, 현대자동차 사원증을 목에 건 직원들이 사옥 지하 1층으로 쏟아져 내려왔다. 새벽잠을 설치고 아침 8시까지 출근한 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다. 5분도 지나지 않아, 지하 1층 구내식당 안 8곳의 배식구 앞으로 직원들이 촘촘히 들어찼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에서 일하는 직원 약 5천여명은 대부분 구내식당을 이용한다. 인근엔 이용할 만한 밥집이 드물기 때문이다. 배식구마다 차이가 있었으나, 줄 선지 3분 만에 배식을 받을 수 있었던 이날은 평소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정오에 식사를 시작한 사람들이 식당을 나설 즈음인 12시20분쯤 구내식당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점심시간이 끝나는 오후 1시가 코 앞이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길목에는 점심시간이 12시임을 알리는 시계 그림과 함께 ‘근무시간 준수와 기초 질서 지키기는 그룹 위상을 높이는 초석이 됩니다’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사진) 이 설치돼 있다. 구내식당 안 한켠에는 6월부터 ‘새치기’ 방지를 위해 배식구 앞에 가이드라인을 설치했다는 공지문이 붙어 있다. 점심시간 준수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식당 입구 등에 디지털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지금은 철수시킨 상태다. 회사 쪽은 이런 조처에 대해 점심시간 이전에 구내식당으로 가는 걸 억제하고, 혼잡한 시간대에 최대한 질서를 지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구내식당 대기 시간이 긴 탓에 몇 가지 문제들이 나타났다. 되도록 일찍 식사를 마치고 남은 점심시간에 쉬려는 직원들이 12시 전에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다.

대다수 직장인들에겐 1시간 가량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지난 4월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의 점심시간과 식비’ 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347명 가운데 204명(58.8%)은 ‘점심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대답했다. ‘시간 구분없이 밀려드는 업무’(23.2%) 뿐만 아니라 ‘대기시간이나 메뉴를 찾기 위한 시간 소요(25.6%)’도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혔다. 그렇다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한 대기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삼성전자는 1시간으로 정해진 점심시간 시작 및 종료 시점을 부서별로 차등화했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 사옥에선 부서별로 점심식사 시간이 오전 11시30분, 11시50분, 12시10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11시30분에 식사를 시작한다면 12시30분까지가 점심시간인 셈이다. 가장 늦게 점심을 해결하는 부서의 경우, 일정한 분량만 준비된 구내식당 메뉴 선택권이 제한될 수 있다. 지역 사업장 중에는 부서별 점심시간 순서를 6개월에 한번씩 조정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유한킴벌리 본사에서는 2011년부터 11시30분~1시30분까지 원하는 1시간을 골라 점심시간을 이용할 수 있는 ‘탄력점심시간제’를 운영한다. 따로 구내식당이 마련돼 있진 않다. 이 회사는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제도 시행 연장선으로 점심시간 조정도 고민하게 된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해 모든 사원이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식사를 끝마치도록 한 기업들은, 점심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경우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대해 유한킴벌리 홍보팀 김영일 차장은 “점심식사 전후에 바로 업무 협의나 회의를 해도 효율이 떨어진다”며 “다른 사람이 점심시간으로 쓸 수 있는 11시30분~1시30분 시간대를 피해 미리 회의를 잡아놓는 식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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