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자서전을 쓰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수많은 진리 실험의 이야기를 해 보자는 것뿐이다. 그런데 내 생애는 그러한 실험들만으로 되어 있으니, 이 이야기는 자연히 자서전의 형태를 띠게 될 것임은 사실이다.”
모한다스 간디의 삶은, <나의 진리 실험 이야기>라는 자서전 제목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언제나 삶을 실험하는 사람이었다. 첫 번째 실험은 미각의 통제였다. 힌두교였던 그는 영국 유학 시절 많은 이들에게 육식을 권유받지만 채식을 고집하며 실험을 한다. 그는 단것과 양념을 먹는 것을 중지해보기도 하고, 녹말로 된 음식을 안 먹기도 하고, 다른 때는 빵과 과일로만 살아갔다. 처음에는 우유와 달걀을 먹었는데, 이것 역시 가축의 희생임을 알고 먹기를 멈췄다. 그는 자신이나 아내가 아파서 사경을 헤맬 때에도 의사가 권고하는 우유나 고깃국을 끝내 거절했다. 실험을 통해 그는 ‘참 맛’은 혀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또한 간소한 삶에 대한 실험도 했다. 학생 시절 그는 정성을 들여 집을 꾸며놓았지만 이내 그는 분수에 맞지 않음을 깨닫는다. 방 두 개 쓰기를 그만두고 하나만을 빌리고, 아침은 손수 만들기 시작했다. 변호사 시절에도 그는 와이셔츠 칼라를 매일 빨고 풀을 먹여 스스로 다려 입었다. 그 결과 그는 자조의 미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훗날 아쉬람(공동체) 설립을 위한 핵심 사상이 여기에서 나온다. 그는 마흔세 살에 그는 모든 개인재산을 포기하는 맹세를 한다.
자녀 교육에 대해서도 실험적인 자세였다. 그는 ‘노예의 사슬에 묶여 정규 교육을 받느니 차라리 자유를 위하여 무지한 채로 돌을 깨는 편이 낫다’는 취지로 세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그러나 소박함과 봉사의 정신을 가르쳐 줄 수 있었던 자기식의 교육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
이런 실험에 대해 그는 깊이 성찰했으며, 분명한 신념을 갖게 되었다. 신념은 또한 ‘맹세’로 이어졌다. 그는 모든 금욕을 뜻하는 ‘브라마차르야(순결)’ 맹세를 했으며, 이후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았다. 이내 그는 맹세가 자유의 문을 닫는 것이 아니라 열어주는 것임을 깨닫는다. 맹세를 거부하는 가운데 사람은 오히려 유혹에 더 얽매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뱀이 나를 문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뱀으로부터 도망갈 것을 맹세한다”고 말한다.
그의 정치 활동은 이러한 실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세상을 바꾸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종교적 진리를 실험했으며, 그 결과로 ‘모든 생명이 평등함’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자서전을 읽어보면 그는 정치가라기보다는 성자에 가까웠음을 알게 된다. 그는 정치적 영향력을 원하지 않았으며 다만 ‘불평등한 시대’에 자신이 실험을 통해 세운 신념에 따라 행동한 것뿐이었다. 대중은 그런 그에게 ‘마하트마(위대한 영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실험하고 성찰하고 맹세하는 삶, 그에 비추어 우리 시대의 정치인들, 나아가 우리 각자가 삶을 돌아볼 일이다.
박승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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