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맨 오른쪽)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무역투자진흥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수출·투자 활성화 대책
“주요기업 91조 설비투자
중소기업 등 무역금융 확대” 불구
중국 수요감소 대비한
신흥시장 개척 등 방안 미흡
“내수 진작 등 대안 검토를” 지적
“주요기업 91조 설비투자
중소기업 등 무역금융 확대” 불구
중국 수요감소 대비한
신흥시장 개척 등 방안 미흡
“내수 진작 등 대안 검토를” 지적
91조원 규모의 선제적 설비 투자로 수출 주력품목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차세대 유망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뼈대로 한 수출 부진 타개책을 정부가 내놓았다. 하지만 주요 내용이 민간의 투자 계획을 취합하거나 과거 제시된 안을 ‘재탕’한 게 많아 정부 정책 역량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때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이던 수출이 급격히 위축되는 현실에서 구조적 변화를 추동할 정책 의지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는 8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중·장기적 수출 경쟁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주요 기업들이 시장지배력이 큰 주력품목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16년까지 91조원의 설비 투자에 착수한다. 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유망품목을 육성하기 위해 민간 6조원, 정부 800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을 위해 2016년까지 16조2000억원 규모로 무역금융 공급을 확대하고, 새로운 무역 채널을 활성화하기 위해 온라인 특별할인전도 연다. 여기에 ‘원샷법’으로 불리는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 기업의 사업재편을 독려하겠다는 대책도 내놓았다.
이는 올해 상반기 수출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5% 감소하는 등 수출 하락이 여섯달 지속된 데 대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정부는 지난 4월 수출 대책을 내놨으나 단기적 접근에 그쳤고, 6월 말까지 중·장기 대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이날 그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56개 기업이 2016년까지 91조원의 설비를 투자한다지만, 기업들이 연초 발표하는 투자 계획을 모은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만 해도 지난해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국내 시설 투자에만 18조원가량을 썼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의 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에 이 기조가 2016년까지 이어질 경우 40조원에 이르게 된다. 또 환율 피해 기업 지원 등 중소기업 대책은 기존 정책의 ‘증액’ 차원이 많고, 수출형 유턴기업 육성 등은 지난해 발표했던 대안이다.
‘재포장’ 지적에 대해 문동민 산업부 산업정책과장은 “(91조원 투자계획이) 예년보다 많다 적다 비교할 기준 자료는 없지만 투자 계획을 빨리 이행해서 선제적으로 주도권을 잡자는 고민을 기업과 공유한 결과”라며 “일부 계획은 해당 기업이 7~8월 중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비중이 가장 큰 국가인 중국의 수요 감소에 대비하기 위해 신흥시장 개척이 필요한데, 정부는 중앙아시아·이란·러시아 등에 무역금융 지원 강화, 적극적 마케팅, 경제제재 완화 대비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러시아 등 침체에 빠진 이들 신흥시장을 어떻게 추가 공략할 것인지 세부적인 청사진은 제시되지 않았다.
최근 우리 수출 감소에는 세계교역 둔화, 유가 하락, 엔화·유로화 약세에 따른 가격 경쟁력 저하 등 대외 요인이 주로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전자·석유화학·자동차·철강·조선 등 우리 주력산업의 기존 경쟁력이 강점을 잃어가는 등 내부 구조적 요인들이 수출 부진에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대책에 기대가 컸다. 그러나 정부 대책에서 굵직한 산업정책의 전환 등 뾰족한 해법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의 수출 대책이 한계가 있는 만큼 아예 정부가 내수 경제의 체력을 기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 부진이 정책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적, 구조적 요인들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며 “세계 경제가 호전돼도 과거 같은 높은 수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수출 의존적 성장에서 전략의 수정이 필요할 수 있는데, 수출 부진을 보전할 수 있는 내수 활성화를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승관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애초에는 우리 수출이 하반기에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에는 소폭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불거진 그리스 위기와 중국의 주가 급락 등으로 향후 수출 전망이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산업통상자원부 최근 수출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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