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업체가 부담’ 약속해놓고도
한두달치만 내거나 아예 모르쇠
하도급법 ‘원청업체가 줘야’ 명시
금감원은 “하청업체 몫” 답변했다가
뒤늦게 “구매기업이 부담” 말바꿔
한두달치만 내거나 아예 모르쇠
하도급법 ‘원청업체가 줘야’ 명시
금감원은 “하청업체 몫” 답변했다가
뒤늦게 “구매기업이 부담” 말바꿔
“외담대(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의 이자를 구매기업이 부담하도록 하기는 어렵다. 어음제도가 존재하는 한 어쩔 수 없다.”(금융감독원 중소기업지원실 관계자)
“외담대에서 발생하는 대출 이자는 원사업자인 구매기업이 판매기업 대신 내줘야 한다.”(공정거래위원회 제조하도급개선과 관계자)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에서 발생하는 이자의 상환 주체를 놓고, 두 정부 기관의 해석이 다르다. 어떻게 된 일일까?
경기 안산 반월공단의 삼성전자 휴대전화 부품 2차 협력업체인 그린테크놀로지(그린테크)가 3차 하청업체에 현금 대신 외담대를 뿌린 뒤 부도를 내, 89억원의 피해를 입혔다.(<한겨레> 7월6일치 1·8·9면) 게다가 그린테크는 외상매출채권(사실상 어음)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즉 은행 대출 이자를 본인들이 대신 내줄 것처럼 하청업체에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수수료라고 낮잡아보면 안된다. 지난 3월 기준 외담대를 쓰는 판매기업은 5만3000여곳, 금액은 9조9988억원이다. 금리를 4%로 가정해도, 한해 발생하는 이자 규모가 4000억원에 이른다.
9일 <한겨레>가 취재한 결과, 그린테크는 일부 하청업체에는 한두 달치 대출이자를 대신 내줬지만, 상당수 업체에는 지급하지 않았다. 그린테크에 1억3000만원어치 물품을 납품하고 외담대를 쓴 신화정밀은 대출이자를 못 받았고, 에스앤케이(S&K) 역시 마찬가지다. 영진몰드테크는 석달치 가운데 한달치 이자만 지급 받았다. 그린테크는 현금 대신 길게는 6개월 짜리 외담대로 결제하면서 이득을 봤지만, 외담대 사용에 따른 금융 비용은 하청업체가 상당 부분 떠안았다.
그린테크의 이런 행위는 법위반이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13조7항)을 보면 ‘원청업체가 하도급 대금을 어음대체 결제수단(외담대, 기업구매전용카드 등)으로 지급하는 경우, 현금화에 필요한 수수료 혹은 대출이자를 하청업체에 줘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 관련 핵심 법안인 하도급법에 나온 이같은 사실을, 금감원 중소기업지원실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때문인지, 금감원은 지난 2월 상환청구권 설명 의무 강화, 보험 활성화 등 외담대 제도 개선책을 내놨지만, 금융비용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원청이 낮은 수수료를 지급한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어음대체결제 수단을 사용할 경우 법적 수수료율은 7%”라며 “대출금리가 4%였더라도 수수료는 7%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음대체결제수단에 의한 하도급대금 지급시의 수수료율 고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린테크가 일부 업체에 수수료를 지급하긴 했지만 4% 안팎에 불과해, 법 위반이라 할 수 있다.
<한겨레>가 6~7일 하도급법을 근거로 금감원 쪽 태도를 거듭 문제삼자, 금감원 관계자는 이후 전화를 걸어와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외담대의 금융비용은 구매기업이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을 바꿨다.
최현준 류이근 기자 haojune@hani.co.kr
외담대(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수수료 구조
외담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은 하청(판매기업)이 원청(구매기업)에 물품을 납품하고 나서 받아야 할 대금을, 은행에 외상매출채권(어음)을 담보로 대출받는 구조다. 대출에 따라붙는 이자가 곧 수수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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