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에서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배구조에 지속적 문제제기 가능성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한국 금융시장에 상륙한 것은 1997년 4월이다. 당시 엘지(LG)증권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증권감독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엘리엇은 ‘엘리엇 어소시에이츠’(Elliot Associates)라는 이름으로 투자등록을 했다. 이후 엘리엇은 한국 시장에 머물렀지만 지난달 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하면서 이름이 부각되기 전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엘리엇은 6월4일 ‘경영 참가’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엘리엇은 그 뒤, 외국에서 ‘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쓰던 방식대로 국내 법원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여러 소송을 제기했다. 두 회사의 합병목적이 부당하고, 합병비율이 불공정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7명의 등기이사를 상대로 7월17일로 예정된 합병 주주총회의 소집통지 및 결의 금지, 주총 결의의 효력정지 및 집행금지를 바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또 삼성물산이 자사주(5.76%)를 케이씨씨(KCC)에 매각해 우호 지분으로 활용하려 하자,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엘리엇의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모두 각하되거나 기각됐는데, 엘리엇은 이에 항고했다.
엘리엇은 장기전을 준비하는 듯한 모습도 보여왔다. 엘리엇은 2000억원가량을 들여 삼성물산 대주주인 삼성에스디아이(SDI)와 삼성화재 지분 1%씩을 확보했다. 이사 위법행위 유지(留止)청구소송과 주주대표 소송을 벌일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이다. 엘리엇과 별개로 영국계 헤지펀드인 헤르메스는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를 취득했다고 공시한 뒤 그 가운데 일부인 0.39%를 매각했다고 10일 공시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에스앤피(S&P)캐피털아이큐는 지금까지 공개된 엘리엇의 기업 지분 투자 규모를 10조93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이 가운데 삼성 계열사에 대한 투자 규모는 1조원가량으로, 전체의 9%가량 차지한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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