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 양북면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가동 첫날인 13일 오후 방폐장 지하 동굴 5번 처분고에서 대형크레인이 방사선폐기물 콘크리트 처분용기를 처분고 중앙까지 이동시키고 있다. 경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가동현장 가보니
13일 오후 3시 경북 경주 양북면 봉길리의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해수면으로부터 95m 깊이의 지하 동굴 통로에 운반트럭 한 대가 서 있었다. 트럭 적재함에는 가로세로 2.7m, 높이 1.14m, 무게 7t의 회색 콘크리트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이 콘크리트의 10㎝ 안쪽에는 중·저준위 폐기물로 가득 찬 200ℓ짜리 드럼 16개가 들어 있다.
크레인은 이 콘크리트 덩어리를 집어 들어 서서히 움직였다. 이어 콘크리트 덩어리는 크레인에 매달려 동굴 통로 끝에서 ‘사일로’라고 불리는 깊이 50m의 처분고로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30분이 지나자 거대한 폐기물 뭉치는 사일로 바닥에 닿았다.
공구·부품·작업복·장갑 등
방사선 수치 낮은 폐기물 저장
총 80만 드럼 지하동굴에 보관 고준위 방폐장은 이제 논의 시작
2020년 부지 선정 계획 세웠지만
30년 걸린 ‘중저준위’보다 힘들듯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공구, 부품, 작업복, 장갑 등 사용후핵연료(고준위 폐기물)에 견줘 방사선 수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폐기물이 이날 처음 경주 방폐장에서 처분 절차를 밟았다. 사일로는 높이 50m, 지름 23.6m 크기의 원통형 콘크리트 시설물로 폐기물을 처분할 지하 동굴이다. 이곳 방폐장에는 1단계로 모두 6개의 사일로가 건설됐다. 사일로 하나당 1만7000드럼이 처분될 수 있다. 이날 5번 사일로에 16드럼이 들어갔다. 방사능량이 사라질 때까지 300년 이상 보관된다.
이날 처음 처분된 폐기물은 경북 울진 원전에서 2010년 12월 가져온 것이다. 폐기물 운반 전용 선박인 청정누리호에 1000드럼을 실어 옮겨왔다. 이어 같은 달에 4.7㎞ 떨어진 경주 월성 원전에서 가져온 폐기물 2536드럼을 비롯해 모두 5032드럼이 이곳 방폐장으로 옮겨온 뒤 인수저장시설에서 지금껏 처분을 기다려왔다. 원전은 1978년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폐기물을 개별 원전 내 임시보관시설에 보관했다. 지난해 말까지 원전들의 중·저준위 폐기물 총발생량은 12만9240드럼에 이른다. 지난해 말 고리 원전 보관시설이 84.2% 포화하는 등 최종 처분시설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원전을 시작한 이후 1986년부터 방폐장 후보지를 찾아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 때 지역 반발이 훨씬 큰 고준위 폐기물과, 반발이 덜한 중·저준위 폐기물을 분리해 처분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결국 2005년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로 경주가 선정됐고, 이 시설은 2008년 8월부터 공사가 시작돼 2014년 6월 완공됐다. 후보지를 찾아 나선 뒤부터 30년 만에 중·저준위 폐기물이나마 처분시설이 처음으로 가동하게 된 셈이다. 경주 방폐장은 2019년까지 2단계 공사에 들어간다. 지하 동굴에 건립한 1단계와 달리 지상에 건설되며, 방사선량이 낮은 저준위 폐기물이 주로 이곳에서 처분된다.
이날 16드럼을 시작으로 앞으로 10만드럼이 사일로가 자리한 지하 동굴에 들어가게 된다. 용량이 다 차면 동굴을 콘크리트로 밀봉해 폐쇄할 예정이다. 2080년까지 80만드럼이 이곳에서 순차적으로 처분된다.
중·저준위 폐기물은 일단은 한숨 돌린 상태지만, 고준위 폐기물은 이제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상황이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꾸려져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해결 방안을 권고했는데, 2020년까지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고 2051년까지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고준위 폐기물 역시 각 원전에 임시보관 중인데 당장 2019년부터 포화한 곳이 나온다. 산업부는 올 하반기 고준위 폐기물 처분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방폐장 인근의 경주 신월성 2호기가 이달 말 가동을 시작한다. 원전 역사 37년 만에 원전이 24개로 늘어난다. 정부는 원전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발표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8~2029년까지 원전 2기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36개가 된다.
경주/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방사선 수치 낮은 폐기물 저장
총 80만 드럼 지하동굴에 보관 고준위 방폐장은 이제 논의 시작
2020년 부지 선정 계획 세웠지만
30년 걸린 ‘중저준위’보다 힘들듯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가동을 시작한 13일 오후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에 위치한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의 지하 창고인 ‘5번 사일로’에 크레인이 폐기물로 가득 찬 콘크리트 덩어리를 서서히 아래로 내리고 있다. 이날 처음 처분된 폐기물은 경북 울진 원전에서 가져온 것으로 이곳에서 적어도 300년 이상 보관될 예정이다. 경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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