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미국 법원에 소송 각하 요청 “배상금 더 받으려고…”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됐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 [e-mail]

‘땅콩회항’ 승무원이 뉴욕법원에 낸 민사소송 각하 요청서 제출
“배상금 더 받기 위해 미국 법원 선택한 것…규제할 필요” 주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4일 미국 뉴욕법원에 승무원 김도희씨가 ‘땅콩회항’과 관련해 제기한 민사소송을 각하해달라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했다.

‘땅콩회항’ 사건 당시 마카다미아를 서비스했던 승무원 김씨는 지난 3월9일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욕설을 퍼붓고 폭행해 정신적 충격을 받고, 경력과 평판에 피해를 봤다”며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뉴욕법원에 소송을 냈다.

조 전 부사장 쪽은 서면을 통해 “사건 당사자와 증인이 모두 한국인이고 수사와 조사가 한국에서 이뤄졌고, 관련 자료도 모두 한국어로 작성됐다”며 “한국 법원에서 민사·노동법상 김씨가 배상받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기에 재판도 한국에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판 관련자를 미국 법정으로 부르고 8천쪽에 가까운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을 영어로 번역해야 하는 등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불편하고 훨씬 편리한 한국 법정이 있기에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각하해야 한다는 게 조 전 부사장 쪽의 논리다.

또 김씨가 더 많은 배상금과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 법원을 고르는 이른바 ‘포럼쇼핑(forum shopping)’을 한 것이라며 이를 규제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 전 부사장 쪽은 김씨와 대한항공이 체결한 근로계약서상 관련 소송은 서울남부지법에서 처리하도록 약속돼 있다는 점도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 쪽 변호인은 “사건이 뉴욕공항에 있는 한국 비행기 안에서 발생해 뉴욕법원에 재판 관할권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불편한 법정은 피해야 한다는 논리에 비춰 각하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법원은 재판 관할권을 먼저 따져 이번 사건을 각하할지, 그대로 진행할지 결정한다. 만약 법원이 재판을 진행하기로 하면 미국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한다. 조 전 부사장이 직접 미국 법정에 출석할지는 확실하지 않다. 민사재판이기 때문에 변호인에 의한 ‘대리전’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은 미국 로펌 ‘메이어브라운’에 김씨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대응을 의뢰했고, 워터게이트 사건 특별검사팀에 속했던 리처드 벤-베니스테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다.

조 전 부사장의 지시로 당시 비행기에서 내려야 했던 박창진 사무장도 미국에서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낼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 사무장은 외상후 신경증과 불면증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윤영미 선임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