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지난해 11월 상장을 앞둔 제일모직의 기업설명회(IR)에서는 삼성의 바이오산업 전망에 큰 관심이 쏠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주주(47.5%)인데다 삼성의 대표적 신수종사업이기 때문이다.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복수의 증권사 분석가들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질문이 많이 나왔지만, 회사 쪽에서는 성공 가능성이나 비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오히려 과잉공급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나 가격 하락 등 위험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제일모직이 상장 당시 공시한 ‘예비투자설명서’를 보면, 자회사의 사업 전망과 관련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사업(CMO)은 대규모 투자가 선행되는 사업으로 투자비 회수를 위해 안정적 수주물량 확보 여부(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수주)가 가장 큰 리스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략) 일정 물량 확보 후 계약 해지 시에는 일정 부분을 보상받는 계약 조건으로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고 투자 위험 요소를 설명한다. 상장 뒤 추가 투자 여부에 대해서도 “인수나 투자에 필요한 적정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공시했다.
하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계획이 발표된 뒤엔 바이오산업 투자 위험에 대한 전망이 크게 바뀌는 게 눈에 띈다. 먼저 합병 계획 발표 당일인 지난 5월26일에 공시한 ‘제일모직 예비투자설명서’에선 관련 설명이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6월3일에 정정 공시한 예비투자설명서에서는 이와 관련해 “현재는 사업개발 단계로 손실을 기록중이나 바이오의약품 생산 사업은 2016년부터 흑자로 전환해 2018년 이후 영업이익률 30~40%대의 본격적인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사업은 제품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약 6년이 소요되므로 2016년에 첫 제품을 출시해 2017년부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긍정적 전망’을 추가했다.
삼성이 내놓는 바이오산업 전망에 대한 뉘앙스 변화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 비율의 불공정함을 이유로 합병 반대에 나서면서부터 뚜렷해졌다. 두 회사 합병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면서 대표적으로 바이오산업의 성장 전망을 들고 나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7월1일 아예 기업설명회를 직접 열어 성공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사장은 “현재 (바이오의약품 생산 사업) 3위의 위치지만, 생산능력·매출·품질·안전·가격경쟁력·속도 등 분야에서 모두 1위를 하는 월드챔피언이 되겠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분석가는 “수개월 만에 위험 요소보다 발전 가능성을 크게 앞세우는 태도 변화가 있었다”며 “너무 일찍 팡파르를 터뜨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이정훈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