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부담 유예’ 효과에도
입주시 ‘잔금+밀린이자’ 부담
변동금리땐 부담 더 커질 가능성
“충분한 자금 없이 투자는 위험”
입주시 ‘잔금+밀린이자’ 부담
변동금리땐 부담 더 커질 가능성
“충분한 자금 없이 투자는 위험”
직장인 김아무개(40)씨는 최근 송도 국제도시에서 분양가 4억원대에 나온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 아파트 전용면적 84㎡형에 당첨돼 일주일 뒤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인천에서 전세로 사는 김씨는 목돈이 부족한 처지지만, 이 아파트를 분양받는 데 당장은 큰 부담이 없다. 중도금을 대출받는데다 입주 때까지 이자 부담이 전혀 없는 ‘이자후불제’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건설사가 집값의 60%에 이르는 중도금 대출을 알선해준 뒤 매달 내야 할 이자를 김씨 대신에 은행에 납부해주고 김씨가 아파트에 입주할 때 그간의 이자를 한꺼번에 갚는 방식이다. 이 아파트의 분양가는 4억4160만원이지만, 김씨는 계약금 6624만원을 두 차례 나누어 내면 입주 시점인 3년 뒤 2018년 9월까지 중도금과 대출 이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건설업체가 중도금 대출에 ‘이자후불제’를 적용해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최근 분양 중인 ‘송도 더샵 센트럴시티’ 아파트의 1차 계약금을 1000만원 정액제로 하는 등 계약금을 분양가의 15%로 낮추었다. 또 분양가 60%인 중도금을 대출받을 경우 이자후불제를 적용했다. 전용면적 59~172㎡ 2848가구인 이 단지는 1~2순위 청약에서 평균 2.9 대 1의 청약률을 기록했다.
지에스(GS)건설이 지난달 부산 우동에서 이자후불제를 적용해 내놓은 ‘해운대 자이 2차’는 일반 분양물량 340가구에 12만3698명이 몰려 평균 364 대 1이라는 부산지역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지에스건설이 지난 4월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에이(A)1블록에 공급한 ‘미사강변리버뷰자이’는 요즘 인기가 많은 중소형 중심이 아니라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단지인데도 이자후불제를 적용해 인기몰이를 했다. 이 단지는 최고 66.7 대 1, 평균 23.88 대 1로 미사강변도시 내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롯데건설이 지난 5월 분양한 서울 독산동 ‘롯데캐슬 골드파크 3차’, ‘파주운정 롯데캐슬 파크타운’ 등도 이자후불제를 활용해 수요자를 끌어들인 단지로 손꼽힌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 대한 이자후불제는 수요자의 대출이자 부담을 유예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금융 혜택’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부작용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입주에 즈음해 시세 차익 매매를 노리는 분양 계약자가 빚을 무서워하지 않고 무리한 투자를 할 가능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이런 계약자는 미루어 놓은 대출 이자를 한꺼번에 내야 할 입주 시점에 자칫 집값이 급락하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밀린 이자에 더해 앞으로 내야 할 이자 부담까지 부여안고 ‘빚의 굴레’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파트 분양 때 건설사가 알선하는 중도금 집단대출 금리는 2.8~3.3% 수준이다. 이에 따라 현재 분양가 5억원짜리 아파트를 계약하는 수요자가 입주 때 한꺼번에 내야 할 중도금(3억원) 대출이자는 약 1100만~1200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그런데 중도금 대출은 변동금리여서, 이후 금리가 오르면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현재 예상보다 더 늘어난다. 여기에 입주 때는 분양가의 20%인 잔금(1억원)을 목돈으로 내야 하는 부담도 닥쳐온다.
이에 따라 이자후불제에 기대어 충분한 자기 자금 없이 아파트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특히 아파트 공급이 최근 급증하는 데 따라 입주 시점인 2017년 하반기~2018년 상반기에는 곳곳에서 한꺼번에 입주물량이 쏟아져 집값이 일시적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나오는 터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아파트는 분양계약부터 입주까지 2년6개월~3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최근 한꺼번에 몰린 분양은 필연적으로 입주 시점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후 금리가 오를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중도금 대출 이자후불제는 혜택이 아니라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