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16일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주총 준비작업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삼성물산 “승기 잡았다” vs 엘리엇 “만족스런 상황”
박빙 승부 예상…시장에서는 ‘합병 성사’에 무게 둬
박빙 승부 예상…시장에서는 ‘합병 성사’에 무게 둬
삼성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대결로 관심을 끈 삼성물산의 임시주주총회가 17일 열린다. 삼성물산은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주총을 열어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 현물배당을 허용하는 정관 개정, 주총 결의로 중간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 등의 안건을 다룬다. 삼성물산을 인수하는 제일모직도 같은 날 서울 태평로2가 삼성생명빌딩에서 주총을 갖는다.
삼성과 엘리엇 양쪽은 이번 합병안을 두고 법적 소송은 물론 주총 표결에서 우호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려고 한달 넘게 공방을 벌여왔다. 앞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5월26일 발표됐으며, 엘리엇은 6월4일 삼성물산 주식 7.12%를 보유한 사실을 공시하며 합병 비율(1:0.35)의 공정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어 엘리엇은 주주총회 결의 금지와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사들인 케이씨씨(KCC)의 주총 의결권 행사 금지 등을 가처분 신청으로 법원에 요구했으나 기각됐다. 16일 서울고등법원은 항고심에서도 이를 모두 기각했으며, 엘리엇은 재항고했다.
이날 양쪽은 주총을 하루 앞두고 한 주,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삼성물산 직원들은 위임장을 받기 위해 소액주주를 찾아다녔고, 엘리엇 쪽은 창업자인 폴 싱어가 이례적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석해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강조했다. 표 대결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 “승기를 잡았다”(삼성물산), “만족스러운 상황이다”(엘리엇)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대체로 박빙의 승부를 점치는 분위기다.
합병이나 정관 개정은 주총 참석 주식의 3분의 2 이상, 전체 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이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3.43% 오른 6만9300원으로, 제일모직 주가는 5.72% 오른 19만4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삼성물산 주가는 제일모직 대비 35.7%로, 전날(36.5%)보다 합병비율(35%)에 근접했다. 투자자들이 합병 성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훈 김효진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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