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글로벌 가치사슬…’ 보고서
국외 부품조달 비중 높아지면서
100원어치 수출땐 59원 국내 남아
부가가치 수출액 비율 해마다 ‘뚝’
미국·일본·독일보다 하락폭 커
국외 부품조달 비중 높아지면서
100원어치 수출땐 59원 국내 남아
부가가치 수출액 비율 해마다 ‘뚝’
미국·일본·독일보다 하락폭 커
우리나라 기업들이 한 해 100원어치 수출을 했다고 가정할 때, 국내로 들어오는 소득은 얼마나 될까? 1995년에는 75원이었으나 2011년엔 59원으로 줄었다. 갈수록 수출품에 들어가는 부품 등 중간재를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조달하는 기업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수출이 늘어나면 경제도 좋아지는가?’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정 위원은 16일 발표한 보고서 ‘글로벌 가치사슬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산업 및 무역정책’에서 “생산활동이 빠르게 국제적으로 분업화되면서 글로벌 가치사슬 편입 전략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수출 확대에만 정책 역량을 맞춰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대한 연구는 세계 경제의 분업화가 원재료 생산부터 부품 조달, 완성품 판매 및 마케팅 등 각 단계에서 발생하는 소득(부가가치)의 분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핀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총수출액 대비 부가가치 수출액 비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1995년엔 0.75이었으나 2000년 0.70, 2005년 0.67, 2011년엔 0.59까지 낮아졌다.
부가가치 수출액 비율은 16년 동안 21%나 떨어져,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 미국과 일본은 1995~2011년까지 16년 동안 각각 4.3%, 11.3%만 떨어졌고,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독일도 같은 기간 하락률은 12.6%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의 완성품 생산 기업이 비교 대상 국가들보다 국외 부품 조달 비중을 높인 영향이 크다. 다시 말해 국내 기업들이 부품 조달 기지를 인건비가 싼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쪽으로 매우 빠르게 옮겨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공장이 국외로 이전됨에 따라 국내 생산단지가 텅 비어버리는 현상을 뜻하는 ‘산업 공동화’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정 위원은 보고 있다. 그는 “국외 기업의 가치사슬에 국내 기업도 많이 들어가면서 국내 기업 오프쇼어링(off-shoring·부품 조달을 국외에서 하는 현상)의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위원은 국내 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에 따른 소득의 득실을 감안하면, 1995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적으로 67억달러(1995년 불변가격 기준)가량 손실을 보는 데 그친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내 기반 산업인 제조업은 2003년 이후 실보다 득이 더 커지면서, 2011년 제조업의 소득은 196억달러로 이익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의 전체 소득은 늘어났으나, 그 소득을 노동보다는 자본이 더 많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1995년엔 노동이 전체 소득의 71.1%를 가져갔으나 2008년엔 58.8%를 가져가는 데 그쳤다. 반면 자본이 가져간 소득은 해당 기간 28.8%에서 41.2%로 늘어났다.
정 연구위원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최근 주요 선진국들은 자국 기업의 리쇼링(reshoring·부품 조달 기지를 국외에서 다시 국내로 옮기는 현상)을 유도하고 외국인 투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생산의 국내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부는) 국외 직접투자를 주도하는 생산성이 높고 규모가 큰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지속적으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