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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이재용의 삼성’ 힘겨운 승리…‘승계 과정’ 정당성 확보 숙제로

등록 2015-07-17 19:44수정 2015-07-17 22:04

[뉴스분석]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 통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7일 열린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수의 69.53%가 제일모직과 합병안에 찬성했다. 합병은 출석 주식 수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가결되는데, 찬성률이 가결 요건을 2.86%포인트 넘어선 것이다. 이로써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한 통합회사 삼성물산이 9월에 출범하게 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합병 회사를 통해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삼성은 이번 합병 추진 과정에서 ‘합병비율이 제일모직 주주, 특히 이재용 부회장 등 대주주 일가에 유리하다’는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해,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하다시피 하고서야 겨우 합병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상당수 외국인투자가들이 등을 돌린 가운데, 국내 여론도 부정적이어서 삼성 3세 경영권 승계 과정의 정당성에 또 하나 논란거리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찬성률 2.86%p 넘겨 ‘턱걸이’
합병 삼성물산 ‘지주회사’ 구실
총수 일가 지분 30% 넘어서
‘경영권 승계 큰 고비 넘어’ 평가 속
일각에선 “이재용 체제 본격 시험대”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제일모직 주총에서는 주주들이 20분 만에 합병안을 표결 없이 가결했다. 하지만 삼성물산 주총에서는 합병안이 삼성물산 쪽에 불리하다는 주주들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합병안 하나를 처리하는 데만 3시간 반 넘게 걸렸다. 주총 의장을 맡은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건설부문)는 표결 뒤 “1억3235만5800주가 투표에 참여해 이 가운데 9202만3660주가 합병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합병에 반대하는 삼성물산 주주들은 8월6일까지 주식을 사달라고 회사에 신청할 수 있다. 매수청구가격은 1주당 5만7234원(우선주 3만4886원)으로 정해져 있다. 주식매수청구금액이 1조5천억원을 넘지 않으면 합병은 확정된다. 통합 회사는 삼성물산이란 이름으로 9월1일 출범한다. 삼성물산 최치훈·김신 사장과 제일모직 윤주화·김봉영 사장은 이날 공동메시지를 발표해 “이번 합병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게 됐다. 양사 사업적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가치를 높여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합병에 반대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수많은 독립 주주들의 희망에도 불구하고 합병안이 승인된 것으로 보여 실망스러우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혀 향후 법적 소송이나 다른 대응을 할 뜻을 내비쳤다.

통합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을 지배하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16.5%, 이부진, 이서현 사장이 각각 5.5%의 지분을 갖는 등 총수일가 지분이 30%를 넘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사실상 성사 단계에 들어섬에 따라 삼성과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큰 고비를 넘겼다는 평이 나온다. 김화진 서울대 교수(법학)는 “삼성의 역사에서 오늘이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며 “아직 불확실한 이 부회장의 리더십이 합병 이후 확고해져 향후에는 방어하기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삼성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합병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사실상 지주회사’를 출범시켰지만, 향후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등 지배구조 개편을 추가로 진척시켜야 한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하면서 주주와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지배구조, 의사결정 구조로 재정렬을 해야 한다”며 “이제야말로 ‘이재용 체제’가 진정한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을 둘러싼 공방은 국민연금과 국내 증권사, 자산운용사에도 큰 과제를 안겼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구 네 곳이 모두 합병을 반대했는데도 국민연금이나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합병을 찬성했고, 의사결정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다. 원승연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국민의 재산을 다루는 국민연금이 이번 의결권 행사를 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직접 결정해 기존 절차를 깨버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의 수석연구위원은 “(증권사들이) 삼성이 전해준 주장을 베껴쓰는 수준의 리포트를 내 우리의 민낯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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