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계약 안건 관련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삼성직원들이 주주들을 안내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삼성 합병안 통과’ 주주 표심은?
찬성 58.9%…사전공개보다 +27.9%
외국인 등 반대표 16.4% 늘어 25.8%
부결된 정관개정 찬성률 45% 넘어
사안따라 국내투자자도 표심 흔들
찬성 58.9%…사전공개보다 +27.9%
외국인 등 반대표 16.4% 늘어 25.8%
부결된 정관개정 찬성률 45% 넘어
사안따라 국내투자자도 표심 흔들
기준선을 가까스로 넘는 찬성률이긴 했지만,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제일모직과 합병안이 17일 가결됨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이 큰 벽을 넘어섰다. 삼성은 국내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가의 3분의 1가량을 찬성 쪽으로 끌어들였다. 하지만 외국인 투자가의 3분의 2가량은 끝내 반대표를 던져, 앞으로 삼성의 남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주총의 주주 참석률(주식수 기준)은 84.73%에 이르렀다. 예상했던 70~80%를 뛰어넘은 높은 참석률이다. 이는 이번 합병 건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이 컸던데다, 삼성 쪽이 합병 반대세력에 맞서기 위해 우호 주주들을 적극적으로 주총에 참석시키려고 뛴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주총 결과를 보면, 합병에 찬성한 주식은 총주식의 58.91%, 반대한 주식은 25.82%다. 주주가치 훼손 등을 앞세우며 일찌감치 합병에 반대하고 나선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은 7.12%다. 따라서 엘리엇과 함께 움직이는 메이슨캐피탈(2.18%)을 제외해도 엘리엇이 반대표를 16.42%나 확장했다는 뜻이 된다. 누가 찬성하고, 누가 반대했을까?
주총이 열린 17일 이전에 찬성 입장을 공개한 주주는 이건희 회장 등 삼성 특수관계인(13.82%)과 국민연금(11.21%), 케이씨씨(5.96%) 등 모두 30.99%였다. 여기에다, 국내 기관투자자(11.02%) 대부분이 합병안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신탁운용(2.85%)·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0.12%)·에셋플러스자산운용(0.17%) 등 26곳의 기관투자가(지분율 4.15%)가 찬성표를 던진 사실을 17일 공개했다.
외국인 투자자(33.53%)와 국내 소액주주(24.43%) 가운데서도 적잖은 찬성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기관투자가가 모두 찬성 쪽에 표를 던졌다고 가정해도, 합병안에 찬성한 지분이 16.90%나 남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에 외국인 투자가 지분의 90%가 참석했다고 가정하면, 개인투자자들의 주총 참석 지분은 8%가량이다. 개인투자가들이 모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가정하면, 외국인 투자가에서 최소 10% 지분이 찬성에 합류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아이에스에스나 글래스루이스 등 의결권 자문회사들이 합병 반대를 권고했음에도, 적잖은 외국인 투자가가 다른 선택을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두드러지는 것은 향후 주가 움직임이 불확해지는 것을 무릅쓰고 합병에 반대한 외국인이 전체 외국인 주주의 3분의 2가량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등 삼성 계열사의 주주 가운데는 외국인이 많다. 이번 합병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의 불신은 삼성의 남은 사업·지배구조 개편 과정에 짐이 될 수 있다.
이번 주총에는 현물배당을 할 수 있게 정관을 개정하는 안과,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할 수 있게 근거를 두는 정관 개정 안이 상정됐다. 엘리엇이 제안한 이 안건들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하지만 찬성율이 각각 45.93%, 45.82%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투자자들도 사안에 따라 외국인 투자가의 제안에 동조해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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