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안건이 올라간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7일 오전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주주들이 주총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주주확인서를 받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최치훈 삼성물산 대표(건설부문)는 17일 낮 12시47분께 합병안이 가결됐음을 밝혔다. 최 대표의 발표에 한편에서는 박수갈채가 나왔지만 다른 한편에선 한숨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 발표는 이날 서울 양재동 에이티(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의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 출석이 시작된 오전 7시로부터 5시간여 만이었다. 주총은 의결권 위임장을 확인하느라 애초 일정인 오전 9시를 훌쩍 넘긴 오전 9시36분에야 시작됐다. 이어 합병안 투표는 오전 11시부터 50분 동안 진행됐다. 개표는 전자개표임에도 한 시간이 걸려 주총장이 한때 술렁이는 등 긴장감을 드러냈다.
이번 주총 참석률은 약 65%인 통상 수준을 크게 웃도는 84.73%까지 치솟았다. 주총장에는 삼성물산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관계자를 포함해 모두 553명이 참석했다. 최 대표는 주총장에 들어서면서 “모든 건 주주에게 달렸다”고 말해 표 대결이 쉽지 않은 승부임을 내비쳤다. 엘리엇의 법률 대리인인 최영익 넥서스 대표변호사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핵심 안건인 제일모직과의 합병계약서 승인 건이 상정되자 발언권을 얻으려는 주주 요청이 우르르 쏟아졌다. 발언 시간과 자격을 두고 일부에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첫 발언 기회를 잡은 주주는 “건설과 상사 사업만으로는 고성장을 거두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합병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헬스케어, 바이오 업종에 진입해 새 삼성물산의 주주로 희망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엘리엇 대리인인 최영익 변호사는 합병 반대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소액주주에게 반대표를 던져줄 것을 당부했다. 최 변호사는 “엘리엇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모든 주주에게 합병이 동등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경영권 승계 과정은 확고하게 지지하지만, 모든 주주에게 공정하고 적절한 기준에 맞춰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합병 반대 진영에 서 있는 삼성물산 소액주주연대의 강동오 언론담당은 “합병이 가결되면 소액주주들은 피해를 입고 (삼성물산) 이사진은 양심에 금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합병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합병 비율을 1:0.5(기존 1:0.35)로 바꾸면 어떠냐” 등의 발언도 나왔다.
아울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의결권과 관련한 문제 제기도 나왔다. 엘리엇 대리인은 “이건희 회장이 건강상의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는데 의결권 위임을 어떻게 받았는지 설명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치훈 대표는 “과거부터 위임장을 포괄적으로 해뒀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주 발언에 이어진 합병안 투표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엘리엇 쪽 대리인이 참관인으로 참여하고, 중복 위임장 확인과 기표 오류 등을 하나하나 점검하는 신경전을 벌이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합병 결의와 별도로 엘리엇이 제기한 두 개의 안건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주주에게 현물배당을 허용하는 정관 개정의 건과 주총 결의로도 중간배당을 결의할 수 있는 근거를 정관에 두는 개정의 건은 각각 20여분씩 걸린 투개표를 거쳐 각각 45.93%, 45.82%의 찬성률로 부결됐다. 가결을 위해선 66.67%를 넘어서야 한다.
주총이 끝난 뒤 최치훈 대표는 “예상보다 큰 차로 통과돼 주주 여러분이 합병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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