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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여기 유럽이야, 한국이야?…건축 혁신 실험장 ‘세종시’

등록 2015-07-19 20:47수정 2015-07-20 15:22

한솔동에 들어선 ‘맞벽’ 방식으로 지어진 상가들.
한솔동에 들어선 ‘맞벽’ 방식으로 지어진 상가들.
세종시는 지역간 균형 발전을 위해서 건설된 새도시다. 2012~2014년 중앙 행정기관들이 대부분 이전을 마쳐 현재 도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동시에 세종시는 새로운 21세기형 도시·건축 모델을 만드는 실험도 진행하고 있다. 세종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축과 주택, 공공 건축상의 실험들을 살펴본다.

세종시 도담동 빠른 버스 (BRT) 도로 주변에는 모두 800m 가량의 주랑 현관(포르티코)이 설치됐다.
세종시 도담동 빠른 버스 (BRT) 도로 주변에는 모두 800m 가량의 주랑 현관(포르티코)이 설치됐다.
■ 새로운 건축 실험장

최근 세종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축 가운데 하나는 도담동의 빠른 버스(BRT, 간선급행버스) 도로 주변에 있다. 서쪽 상가 지역 400m, 동쪽 주거 지역 400m 등 모두 800m에 걸쳐 설치된 ‘주랑 현관’(포르티코)이다. 주랑 현관이란 건물 입구에 가로로 설치된 기둥 회랑으로, 통상 건물의 바깥쪽 1층을 비워 짓거나 1층에 붙여 짓는다. 그리스 건축에서 비롯한 것으로 로마 판테온이나 스페인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 등이 유명하다. 비나 햇빛을 막아주기 때문에 보행자들에게 편리한 실내외 점이지대를 만들어낸다.

애초 서쪽 상가의 주랑 현관은 빠른 버스 정류장 주변이어서 경관을 좋게 만들고 거리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치했다. 동쪽 아파트의 주랑 현관은 건너편 서쪽 상가 지역의 주랑 현관과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건축심의 과정에서 주랑 현관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도담동 외에 나성동 상가에도 895m의 주랑 현관을 짓도록 했으며, 소담동 상가에도 1018m의 주랑 현관이 설치된다. 행정도시청 주택과 성시근 사무관은 “거리의 경관과 활성화, 보행자 편의 등을 고려해 상가와 아파트 단지에 주랑 현관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도시청은 또 거리를 따라 지어진 상업 건물을 대상으로 ‘맞벽 건축’도 허용하기로 했다. 세종시 소담동의 빠른 버스 도로 주변의 상가에 이를 시범 적용한다. 맞벽 건축이란 나란히 선 건물들을 각자의 대지 경계선까지 짓게 함으로써 건물들이 서로 담장처럼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맞벽 건축을 허용하면 토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경관을 개선하며, 건물간의 이동도 편리해진다.

고운동에는 단독주택을 붙여 지은 ‘로 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로 하우스(테라스트 하우스)의 모습.
고운동에는 단독주택을 붙여 지은 ‘로 하우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영국 케임브리지의 로 하우스(테라스트 하우스)의 모습.
한국에서는 통상 건물을 지을 때 대지 경계선에서 최소 0.5m 이상 띄우도록 하기 때문에 건물들이 듬성듬성 들어서고 건물 외관도 제각각이다. 이에 따라 세종시의 상가 건물들도 대부분 1m 이상 떨어져 경관이 좋지 않고 땅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반면 유럽의 도심 건축물들은 대부분 맞벽 건축으로 지어지고 외관도 서로 어울리도록 해서 이른바 ‘거리 담장’(스트리트 월)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행정도시청의 박병배 사무관은 “앞으로 2개 이상의 터 소유자가 ‘건축 협정’으로 통합된 건축 계획을 세우면, 맞벽 건축을 허용하고 건폐율과 용적률, 지하주차장 기준도 완화해준다”고 밝혔다.

도담동 800m 걸친 ‘주랑현관’ 눈길
로마 판테온처럼 보행자 편의 고려

나성동·소담동 상가도 주랑현관 예정
상업건물 ‘맞벽건축’ 거리담장 허용

단독주택 이어 지은 ‘로 하우스’ 도입
개별 마당에 유지·관리 편해 인기 예고

고운동에 한옥-다문화 마을 구상
개방구조 세종도서관 잦은 발길

세종시에는 공공 건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건물들도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현대적인 도서관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국립세종도서관.
세종시에는 공공 건축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건물들도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현대적인 도서관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국립세종도서관.
■ 주택도 유럽처럼?

세종시는 주택에서도 새 실험을 준비중이다. 한국에서는 드물지만 유럽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로 하우스’(row house, 줄지어 붙여 지은 집)를 도입하기로 했다. 로 하우스는 세종시 고운동의 공동주택 용지 가운데 L1과 L10 구역 등 2개 단지에 지어진다. 이 구역의 공공건축가로 선정된 정기정 유오에스 건축사무소장이 이 두 단지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면 올해 하반기에 토지를 공급한다.

원래 로 하우스는 미국의 ‘타운하우스’나 영국의 ‘테라스(트) 하우스’와 같은 뜻으로 2~3층의 단독주택을 옆으로 죽 붙여 지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타운하우스는 저층의 고급 아파트, 테라스트 하우스는 테라스가 있는 집이라는 뜻으로 변질돼 이들 단어 대신 ‘로 하우스’라는 같은 뜻의 단어를 사용했다. 로 하우스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의 중간적인 개념으로, 근대 들어 도시 주택의 수요가 폭발하자 유럽에서 단독주택을 붙여 지어 공급을 늘리려 한 데서 비롯했다.

이들 두 단지에는 1279채의 공동주택이 공급되는데, 이 가운데 100~200채 정도가 로 하우스로 지어질 예정이다. 나머지는 테라스가 있는 집이나 복층 아파트, 일반 아파트로 공급된다. 로 하우스는 3층으로 지어지며, 대지 규모는 150㎡(45평), 건평은 50㎡(15평), 연건평도 150㎡(45평) 정도로 계획됐다. 건평을 제외한 나머지 터는 마당으로 사용한다. 분양가는 40~50평대 아파트 수준인 4억~5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스터플랜을 맡은 정기정 소장은 “로 하우스는 개별 마당이 있고 층간 소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단독주택의 장점을, 유지·관리, 보안, 단열, 매매 편리라는 점에서는 공동주택의 장점을 갖고 있다. 최근 땅콩집이 인기를 얻는 점을 보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 개관 예정인 대통령기록관.
내년 상반기 개관 예정인 대통령기록관.
세종시에서는 주택 용지의 공급 관행도 완전히 바뀌었다. 기존에 새도시를 건설할 때는 토지주택공사가 기반시설 공사만 끝낸 뒤 땅을 단지별로 시행사에 매각했다. 그러나 세종시에서는 시행사를 대상으로 설계를 공모한 뒤 좋은 설계를 제출한 시행사에 땅을 매각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한솔동, 다정동, 새롬동 전체가 이런 방식으로 지어졌거나 지어지고 있으며, 아름동, 도담동, 어진동 등도 애초 이런 방식을 취했으나 세종시 수정안 추진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사전 설계 공모 방식은 도담동의 2개 단독주택 단지, 어진동의 5개 상업·업무 용지 필지에도 모두 적용됐다.

이밖에 세종시에서는 고운동의 15만4058㎡에 한옥마을과 다문화 마을을 구상중이다. 이곳에 서울의 은평구 한옥마을처럼 주거용 한옥마을과 남해 독일마을, 아산 지중해마을, 가평 스위스마을과 같은 이국적인 마을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 공공 건축도 새 면모

15개의 건물을 이어서 지은 세종시의 랜드마크 정부종합청사.
15개의 건물을 이어서 지은 세종시의 랜드마크 정부종합청사.
세종시가 정부청사를 이전하면서 지어진 도시이기 때문에 공공 건축에서도 새로운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공공 건축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것은 국립세종도서관이다. 545석에 23만권의 자료를 보유한 이 도서관은 서고와 열람실이 통합된 개방적인 구조, 널찍한 로비와 커피숍, 음식점이 마련된 편리한 구조, 책 모양을 모티브로 한 도서관 내외관 등 도서관 건축에서 하나의 모범을 제시했다. 슈퍼마켓처럼 편안하고 편리한 도서관을 이르는 말로 ‘슈퍼 라이브러리’라는 표현이 있는데, 바로 그런 도서관이다. 2015년 이 도서관엔 하루 평균 2500명이 방문하고 있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공공 건축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대통령 기록물을 보존, 활용할 대통령기록관이다. 지난 5월 완성된 전시관 건물은 국새를 모티브로 했으며, 내부는 돌, 겉은 유리 등 이중 구조로 만들어 눈길을 끈다. 지하 2층, 지상 4층으로 2만8천㎡에 건물 바닥 면적 3만1천㎡에 이르며, 정육면체 모양의 전시관과 기록물을 보존, 관리할 본관으로 이뤄져 있다. 2016년 상반기에 경기도 성남시의 대통령기록관에 있던 864만건의 역대 대통령 기록물들이 옮겨온다.

세종시 방문객들에게는 여전히 정부세종청사 건물이 제1의 랜드마크다. 세종청사 본관은 대지 59만6283㎡에 바닥 면적 62만9145㎡에 이르는 거대한 건물로 지하 1층, 지상 최고 8층의 15개 건물이 3.5㎞에 걸쳐 14개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 상주하는 사람만 1만2천명에 이른다. 세종청사는 다른 정부청사와 달리 시민들에게 관광 코스로 공개돼 있어 사전에 신청하면 옥상정원 등을 1시간 정도 돌아볼 수 있다. 애초 세종청사는 담장도 두르지 않고 옥상정원도 상시로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었으나, 보안상의 이유로 전면 개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종/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제공


청사 주변만 고도제한…고층아파트숲 아쉬움

밀마루 전망대·계룡산, 아파트에 가려
공동주택 공급 집중…단독은 5.9% 그쳐

세종시는 도시, 건축 차원에서 새로운 실험도 많지만, 추진 과정에서 굴곡이 많아서인지 문제점도 적지 않게 남겼다.

세종시의 건축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높이(고도) 제한과 관련된 것이다. 세종시에서는 지상 8층, 건물 최고 높이 34m, 해발 고도 68m인 정부청사 본관의 높이와 경관을 고려해 그 주변 건물에 대해 엄격한 높이 제한을 적용하고 있다. 대체로 본관 주변과 빠른 버스(BRT)가 지나는 한누리대로 주변은 8층 이하, 해발 고도 66m 이하로 건물 높이를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청사 바로 옆과 한누리대로 주변만 높이 제한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용적률이 400~500%인 정부청사 주변이나 한누리대로 주변의 상가 건물은 8층으로 지어지는 반면, 용적률인 100~200%에 불과한 주거 지역 아파트들은 20~30층으로 지어지는 전도된 결과가 나타났다. 나지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세종시의 스카이라인을 고층 아파트가 다 가린 것이다. 이로 인해 제1의 랜드마크인 정부청사는 가까이 가야 보이고, 심지어 건물 높이 42m, 해발 98m인 밀마루 전망대나 서남쪽의 계룡산(해발 845m)도 잘 보이지 않는다. 김명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도시계획국장은 “청사 주변은 건물 높이를 제한했지만, 도시 전체의 높이는 사업성이나 기존 주거지 사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종시 면적이 465㎢(서울의 77%)이고 인구 17만명(서울의 1.7%) 정도인데도 주택을 대부분 아파트로 지은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세종시는 2030년까지 주택 총 20만채를 공급해서 30만명을 수용할 계획인데,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18만2267채로 91.1%에 이른다. 단독주택은 1만1733채로 5.9%에 불과하고, 상가주택이 6천채로 3%다. 6%도 안 되는 단독주택 비율은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 때 전국의 단독주택 비율(39.6%)보다 훨씬 낮다. <주택저널> 2015년 6월호에 실린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이 살고 싶은 집은 아파트(46%)와 단독주택(45%)이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세종/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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