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22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의 제공.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서 “기업 지배구조 자정노력 필요”
경영권 방어장치를 도입을 두고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다른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22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의 필요성과 함께 기업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이 대주주는 물론 소액주주의 이익까지 보호하고 소액주주에게 손해가 가지 않도록 공평하게 잘 운영해야 한다”면서도 “이윤추구나 시세차익의 목적을 가지고 공격하는 헤지펀드까지 우리가 보호를 해야할 필요가 있는지는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기업의 책임도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도 (헤지펀드가 공격할)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며 “기업가치 제고,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기업들이 선택하고 또 끊임없이 선진화할 수 있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영권 방어장치에 대해 “모든 걸 다해 달라고 어떻게 하겠냐”며 “보호장치가 (논의에) 들어오면서 우리 기업들도 노력을 더해 적절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경련은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을 강조했다. 전경련은 23일 자료를 내어 다른 나라에서 인정되는 경영권방어 수단인 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이즌필은 경영권 위협이 등장하면 기존 주주에게 새 주식을 시가보다 싼 값에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차등의결권 제도는 지배주주에 1주 10의결권처럼 의결권에 대해 더 많은 권한을 주는 것이다. 그 근거로 조사 대상인 83개 기업 가운데 순이익이 제로인데도 배당을 한 기업이 2011년 3개, 2012년 5개, 2013년 8개, 2014년 5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신석훈 전경련 기업정책 팀장은 “경영권방어 수단에 있어 외국기업에 비해 국내기업들이 역차별을 당한다면 국내기업들의 방어비용 증가와 투자위축으로 경제전반의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와 모든 주주들의 가치증진을 위해 경영해 나갈 수 있도록 경영권 방어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같은 주장을 에스케이(SK)와 소버린이 갈등을 벌인 2004년부터 계속 해왔다.
그동안 삼성물산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갈등을 벌이는 것에 대해 전경련은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강조한 반면 대한상의는 “개별 기업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껴왔다.
한편, 대한상의는 제주에서, 전경련은 강원도 평창에서 25일까지 하계포럼을 진행한다.
제주/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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