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와 삼성 간의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대결과 관련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하며 ‘교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은 23일 저녁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전경련 최고경영자 하계포럼’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엘리엇의 삼성물산 합병 반대와 관련해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안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생긴 것이다. 이번 일이 교훈이 될 것이고, 언론에서도 많이 얘기하는 만큼 반성하고 잘할 것이다”라며 ‘자성론’을 폈다.
허 회장은 또 경영권 방어장치 강화론과 관련해 “한국이 시장개방을 했으니 너무 보호장치가 없으면 (기업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주주와 소통을 잘해 교감을 이루고, 투명하게 (경영을) 한다면 헤지펀드가 공격하겠느냐”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전날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박 회장은 지난 22일 대한상의 기자간담회서 “기업들도 (헤지펀드가 공격할)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면서 “기업가치 제고, 주주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상황과 여건에 맞는 거버넌스(지배구조)를 기업들이 선택하고 또 끊임없이 선진화할 수 있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바로가기 : 박용만 “기업도 헤지펀드에 빌미 주지 않았는지 성찰해야”)
허창수 회장은 지주회사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법상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보유 요건이 상장사 20%, 비상장사 40% 이상이지만, 미국은 지주회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유념해서 봐야 한다”면서 “우리도 연구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는 전경련이 그동안 규제완화 차원에서 자회사·손자회사의 최소 지분보유 요건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것과 다른 것이다. 그는 다만 “우리의 경우 지주회사가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을 100% 보유할 만큼 충분한 자금 확보가 안 돼 있다”며 기존 요건 강화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허 회장은 또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사회를 위해 다시 공헌할 기회를 주면 나라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2년6개월째 복역 중인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에 대해서는 “이미 형기의 절반을 넘었고, (감옥) 안에서도 모범수로 지내고 있으며, 주변에서 모두 안타까워한다”고 언급했다.
허 회장은 남북 간 교류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정치와 경제가 맞물려 있는 만큼 따로 생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언제든 (북한을) 도와줄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적극적인 뜻을 나타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