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진 사무장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23일 미국 뉴욕주 퀸스카운티 법원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퀸스카운티 법원은 같은 사건에서 마카다미아를 조 전 부사장에게 직접 서비스했던 승무원 김도희씨가 지난 3월 조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낸 곳이다.
박 사무장 쪽 지인은 “조 전 부사장이 기내에서 반복적으로 욕설하고 폭행해 공황장애 등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금액은 명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지인은 “박 사무장이 ‘징벌적 손해배상’도 요구했다”고 밝혔다. 박 사무장은 지난 8일 땅콩회항 사건에서 비롯한 외상후 신경증과 불면증을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나서 보름 만에 소송을 냈다.
박 사무장은 미국 보스턴 소재 로펌에 변호를 맡겼으며, 조 전 부사장은 앞서 선임한 미국 로펌 ‘메이어브라운’을 통해 박 사무장 소송에도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 쪽 국내 변호인은 “박 사무장이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등 국내에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음에도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며 “김도희씨와 마찬가지로 배심재판을 통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아내기 위해 미국 법원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 쪽은 ‘불편한 법정의 원칙’에 따라 소송을 각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할 계획이다. 김도희씨가 앞서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조 전 부사장 쪽은 “사건 당사자와 증인이 모두 한국인이고 수사·조사가 한국에서 이뤄졌으며, 관련 자료도 모두 한국어로 작성됐기에 한국에서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미국 법원에 냈다.
박 사무장은 소송을 내면서 “이번 사건으로 승객은 물론 관제탑·활주로 종사자 등 공항 쪽도 피해를 보았기 때문에 뉴욕에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며 조 전 부사장 쪽 논리를 반박했다. 박 사무장은 미국 법원에 조 전 부사장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을 뿐 대한항공을 상대로는 소송을 내지 않았는데, 이는 근로계약서상 관련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서 처리하도록 한 조항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사무장은 내년 1월 초까지 산업재해 휴가로 출근을 하지 않는다. 근로복지공단은 애초 1월29일부터 7월23일까지를 산업재해에 따른 요양기간으로 결정했으나, 박 사무장의 신청을 받아들여 내년 1월7일까지로 기간을 연장했다. 윤영미 선임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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