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결의한 가운데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에서 깃발이 흔들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직접 의결권 행사한 적 없다가
주총 일주일 전 내부지침 제정
상근감사, 지침 공람·서명 거부
“이런 사례 없어 부적절 판단”
지분 0.048%로 규모는 작지만
‘삼성 지원용 무리수 아니냐’ 논란
주총 일주일 전 내부지침 제정
상근감사, 지침 공람·서명 거부
“이런 사례 없어 부적절 판단”
지분 0.048%로 규모는 작지만
‘삼성 지원용 무리수 아니냐’ 논란
한국증권금융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건 표 대결이 벌어진 지난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보유 주식으로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던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한국증권금융이 담보로 잡은 주식으로 의결권 행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논란이 일고 있다. 의결권 행사 결정에 앞서 삼성물산 쪽의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증권금융이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은 한국증권금융이 증권사에 돈을 빌려주고, 다시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산 ‘융자담보주식’이다. 명의가 한국증권금융으로 돼 한국예탁결제원에 보관된다. 그동안 한국증권금융은 융자담보증권을 들고 개인투자자들이 의결권을 요청할 경우 위임장을 제공할 뿐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 적은 없다.
한국증권금융은 삼성물산 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둔 지난 10일 ‘증권유통금융 융자담보증권의 권리행사에 관한 내부 규정’을 만들었다. 이를 근거로 융자담보주식 11만1830주(지분율 0.071%)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의결권을 달라고 요구한 3만6306주(0.023%)를 제외한 7만5524주(0.048%)의 의결권을 한국증권금융이 직접 행사했다. 융자담보주식에 대한 권리를 처리할 경우 금융감독원과 협의하도록 내부지침이 있지만 이 절차는 밟지 않았다. 한국증권금융 박전규 상무는 “이번 사안이 중요해 융자담보주식 의결권 행사 관련 절차를 정립하는 차원에서 내부지침을 제정해 의결권을 행사했다”며 “삼성물산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주가 영향에 따른 담보가치 훼손이 우려돼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상근감사가 내부지침 공람을 거부하는 등 논란이 되고 있다. 새 내부지침은 한아무개 감사가 휴가를 간 사이 마련됐고, 이를 뒤늦게 안 감사는 공람과 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한아무개 감사는 “한국증권금융이 신용거래로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한 적이 없어 이번에 의결권 행사를 허용하는 내부지침을 제정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새 지침에 대한 공람과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감사는 “융자담보주식은 돈을 빌려 샀더라도 개인투자자가 실질적 소유자”라며 “위임장을 요청하지 않은 개인투자자의 의사가 무엇인지도 모른 상황에서 한국증권금융이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전규 상무는 “의결권 소재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어 법률 검토를 거쳐 만들었다”며 “명의가 한국증권금융으로 개설된만큼 의결권 등도 한국증권금융에 귀속된다”고 반박했다. 한 감사의 공람 거부와 관련해서는 “공람은 정보획득을 위해 결제완료 문서를 사후에 열람하는 것이어서 안한다고 해서 법적 효력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한국증권금융이 의결권을 행사한 삼성물산 지분은 0.048%로 미미해 주주총회 결과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다. 삼성물산의 한 차장은 “아이아르(IR)팀에서 한국증권금융에 다른 기관투자자에게 요청한 것처럼 통상적인 찬성 의결권 행사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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