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갑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올해 하반기 수도권 주택시장은 전반적으로 온기가 더 이어지는 국면이 될 전망이다. 전세가격 급등으로 세입자들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전세시장에서 매매시장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깡통전세에 대한 두려움, 월세에 대한 부담이 커지면서 차라리 낮은 금리를 활용해 집을 사자는 쪽으로 돌아서는 세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도 전세난 유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수도권 주택시장은 회복세를 지나 확장기로 접어든 단계이다. 분양시장, 법원 경매시장은 과열 기미까지 보인다. 이런 추세는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이다. 이런 견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시장을 보수적으로 보든, 낙관적으로 보든 대체적으로 동의를 하는 듯하다.
하반기에는 분양시장이 매매시장을 이끌어가는 모양새가 될 것 같다. 청약규제가 대폭적으로 완화된데다가 소득 증가로 새 아파트 선호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회사들이 대거 밀어내기에 나설 경우 연말로 갈수록 일시적인 공급과잉으로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시장의 관심은 과연 고분양가 후폭풍이 불 것이냐 하는 점이다.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서 인기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하반기에는 강남지역에서 가락시영 등 대규모 재건축 일반분양이 대기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분양시장이 뜨거운 상황에서는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를 높여 자신들의 부담금을 낮추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그만큼 일반분양가는 상승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실제 분양가도 올라가 주변 시세를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고분양가 논란이 드세지면서 분양가 상한제 재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될 수 있어서다.
지방 주택시장은 각개전투 양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부산과 대구, 광주 등은 활황세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고 있는 대전 등은 보합세가 예상된다. 그러나 부산이나 대구 지역도 이미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선데다 내년부터는 입주물량이 쏟아지기 때문에 회복세가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 ‘부동산시장이 오늘 좋으면 내일도 좋을 것’이라는 지속편향에 빠지기보다는 좀 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부동산 활황세는 저금리, 부양책, 전세난 등에 의해 만들어진 합작품이다. 경기회복에 따라 구매력이 늘어나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회복세가 아니라는 얘기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경기회복은 스스로 올 때에만 건전하다”고 했다. 경기가 인위적인 부양에 의해 회복되면 나중에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부동산시장도 슘페터의 경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집을 산다는 것은 생애에서 가장 큰 쇼핑행위다. 집은 잠시 살다 떠나는 임시공간이 아니다. 한번 사면 적어도 3~4년은 살아야 하는 중장기 상품이다. 지금 시장은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하까지 이뤄지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냐 하는 점이다. 향후 10년간 주택의 적정 수요량은 39만가구이다. 그런데 인허가 기준으로 2013년에 44만가구, 2014년에 51만5000가구가 공급됐다. 올해도 분양열풍을 고려할 때 공급이 적정 수요량을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들 아파트가 입주를 하게 되는 2~3년 뒤에는 물량이 넘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계 부실, 금리 인상 변수에다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시장은 심하게 출렁일 수 있다.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으므로 항상 조심하는 보수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큰 테두리 혹은 중장기적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저성장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명목가격은 상승하겠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가격은 하락하는 구조다. 이는 달리 말하면 집값이 물가를 뒤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왕성한 주택수요를 자랑하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를 본격화하고 30대 젊은층도 주택을 구매할 여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주택자라면 기존 아파트보다는 가격 이점이 있는 공공분양,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 쪽으로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다소 인내력이 필요하지만, 법원 경매를 활용한 저가 매수 전략도 유효하다.
2~3년 전 하우스푸어 사태를 경험한 필자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빚의 문제다. 빚은 나의 욕망을 쉽게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지렛대이다. 그러나 무리하게 빌리는 빚은 축복이 아니라 파멸로 이끌 수 있다. 금리도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으니 주택담보대출은 전체 매입가의 30% 이내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 돈 내고 내 집 사는 사람에게 ‘하우스푸어’는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박원갑 KB국민은행 WM컨설팅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