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중국 베이징 왕푸징거리에 문을 연 롯데백화점. 국내 백화점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문을 열었지만 처참한 실패로 기록됐다. 베이징/윤운식 기자
롯데그룹이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서 ‘롯데그룹의 1조원대 중국 사업 손실’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기울었던 마음을 바꾸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됐다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거론한 사안으로, 형제간에 치열한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 자료를 보면, 롯데그룹의 주요 상장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케미칼의 중국 및 홍콩 소재 법인들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1조1513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 손실액은 2011년 927억원, 2012년 2508억원, 2013년 2270억원, 2014년 5808억원이다.
특히 롯데쇼핑 자회사인 홍콩 롯데쇼핑홀딩스의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343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91%나 급증하며, 지난해 롯데그룹 중국 사업 전체 손실액의 절반 이상에 이르렀다. 이 회사는 중국 내 유통업에 투자한 기업이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은 최근 여러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이 중국에서 1조원가량 손실을 본 사실을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이 이를 뒤늦게 알고 격분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동빈 회장 쪽은 우선 ‘보고 누락’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이원준 롯데쇼핑 사장은 지난달 31일, “신 총괄회장은 중국 사업의 적자 현황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장, 회장까지 배석한 가운데 부사장이 총괄회장에게 상세히 보고했다는 것이다.
손실 규모에 대해서는 신동빈 회장 쪽이 수세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롯데 임원은 “중국 투자는 장기에 걸쳐 이뤄졌다. 이런 경우엔 (당기순이익보다는) 에비타(EBITDA·법인세 및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보여주는 에비타는 당기순이익보다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더 잘 보여주는 지표다. 이 기준으로 보면, 롯데그룹 중국 사업 적자 규모는 3200억원대로 줄어드는데, 순이익으로 따지면 1조원이 맞다는 이야기다.
‘중국 사업’은 손실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신동빈 회장에게 매우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롯데그룹이 중국 사업에서 4년간 입은 손실을 에비타 기준이 아니라 당기순손실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롯데그룹 전체 당기순이익 1조580억원의 60%가 넘는 규모다. 롯데의 중국 진출은 신 회장이 부회장 시절이던 2007년 당시 중국에 지주회사를 출범시키며 본격화됐다. 식음료 부문이 먼저 진출한 뒤 유통과 석유화학 업종까지 중국 사업 범위를 키웠다. 신 회장은 중국 진출 초입 단계에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중국 진출에 강한 의욕을 내비친 바 있다.
세종/김경락 기자, 유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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