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결제 페이코 “결제습관 바꿔야”
카드 ‘긁는’ 대신 ‘삐릭’ 소리 진동하게
스마트폰·모바일콜택시도 새 시장 창출
카드 ‘긁는’ 대신 ‘삐릭’ 소리 진동하게
스마트폰·모바일콜택시도 새 시장 창출
‘한게임’ 서비스를 하는 엔에이치엔(NHN)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0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기자·애널리스트 초청 간담회를 열어 온·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선보이며 다소 흥미롭게도 “페이코 서비스로 돈 벌 생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가맹점에서 받는 수수료를 서비스 유지에 필요한 수준으로 최소화하는 동시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페이코로 결제하면 가격을 할인해주고 포인트를 쌓아주는 등 이용자 혜택을 늘려, 간편결제 서비스가 조기에 자리잡도록 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또 한국스마트카드와 손잡고 전국적으로 10만개가량 공급돼 있는 티머니 단말기를 함께 이용하기로 했고, 오는 9월부터 공급할 예정인 페이코 단말기(동글이)도 다른 사업자들한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욱 페이코사업본부장은 “지금은 지갑과 신용카드에 더 익숙한 사람들의 결제 습관을 간편결제 쪽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신용카드로 ‘긁는’ 대신 식당·마트·백화점 등에서 ‘삐릭’(스마트폰으로 결제할 때 나는 소리) 소리가 진동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고객 습관을 뒤집어 시장을 창출하라.’ 온라인 사업자들이 ‘오투오’(O2O)란 새 사업모델을 만들어 오프라인 쪽으로 발을 넓히면서 사람들의 습관을 뒤집어 시장을 창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불러 타는 ‘모바일 콜택시’ 서비스다. 다음카카오·에스케이(SK)플래닛·한국스마트카드 등이 각각 앱을 내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경쟁의 첫번째 원칙이 ‘시장부터 만들자’였다. 길에 나가 빈 택시가 보이면 타거나 전화로 택시를 불러 타는 사람들의 기존 습관을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불러 타는 것으로 바꿔 시장을 만들어놓은 뒤 경쟁하자는 것이다.
최대 경쟁자는 상대 업체가 아니라, 다른 방식에 더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의 습관이라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제공하는 데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 있지만, 운전자와 이용자에게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콜택시 사업자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의 습관이 완전히 바뀌기 전까지는 수수료를 물릴 계획이 없다”고 못박았다. 모바일 콜택시 사업자들의 전략은 이미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둬,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불러 타는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발빠르게 이 모델을 대리운전 쪽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해 대리운전 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기도 하다.
간편결제 서비스의 경우, 수많은 업체들이 이미 내놨거나 준비중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아직 낯설어한다. 여전히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거나 신용카드를 내민다. 조정숙 엔에이치엔엔터테인먼트 홍보팀 차장은 “간편결제 사업이 성공하려면, 일단은 모든 사업자들이 힘을 합쳐 어디서나 결제 때는 스마트폰을 내밀도록 사람들의 습관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요즘 저가 스마트폰과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 집중하는 것도 ‘이동통신은 음성통화를 하고 문자메시지 주고받는 서비스’란 인식에서 탈피하도록 유도해, 가입자당 매출을 끌어올리는 기반으로 삼자는 것이다. 아직도 스마트폰 사용을 낯설어하는 어르신들이 타깃이다. 저가 스마트폰을 거의 공짜로 주겠다고 해 단말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꾸고 요금제를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변경하게 하는 순간, 해당 가입자한테서 나오는 요금 수입이 2배 이상 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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