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는 아파트 옆에 논이 펼쳐진 곳이 많다. 주민들은 서로의 이질성을 사회적 경제를 통해 화합하고 있다. 김윤식(사진) 시흥시장은 <한겨레>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지역 고유의 색을 지닌 ‘시흥형’ 사회적 경제를 육성하고 이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배곧새도시 아울렛 등에 입점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적인 정책 방향은?
“‘시흥형’ 사회적 경제 육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고유의 색과 사업성을 가진 자원을 발굴해 사회적 경제 안에서 발전시키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누구보다 시흥을 잘 아는 마을 공동체가 실행의 기본 단위가 되어야 한다. 그동안 시흥시는 마을학교와 주민 주도형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마을의 인재들을 스스로 발굴하고 양성해 다시 마을로 재배치하는 선순환 과정을 구축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사회적 경제 움직임들이 활발하다.”
-‘시흥형’ 사회적 경제 조직 육성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관이 주도하는 방식은 취하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 생겨난 풀뿌리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이미 지역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자생하는 것이다.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의 수가 늘어나 사회적 경제 전체가 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스스로 지속할 수 있는 역량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진행 중인 시흥형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에서도 조직의 사회적 가치와 자립도를 같은 비중으로 평가한다. 향후 배곧새도시 안에 프리미엄 아울렛,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위 시흥복합휴게소 등에도 사회적 경제 조직이 들어설 수 있도록 중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민관 협력 사업에 적극적인데.
“취임 초 사회적 경제 정책을 수립하며 가장 먼저 한 일이 민관 협력 기반을 조성하는 일이었다. 사회적 경제 전담기구 신설,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설립, 사회적 경제 프로보노 운영 등이 그것이다. 지난해부터는 마을 활동가와 주민들로 구성된 사회적 경제 서포터즈인 ‘시흥씨’를 운영하며 우수 사례를 널리 알리고 있다. ‘공유 시흥’이라는 블로그에서는 민관의 유휴 자원들을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시청 강당이나 일반 교회 등 공공·민간의 공간은 물론 어린이 장난감부터 자동차, 재능까지 다양한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6월에는 거모동에 위치한 도일시장의 빈 점포에 청년장사꾼들을 유치했다. 청년들은 1년 동안 빈 점포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지역은 젊은이들과 호흡하며 활기를 되찾는 상생의 전략이다.”
-대표적인 우수 사업이 있다면?
“2012년 설립된 ‘보드미’는 호조벌에서 생산한 친환경 쌀로 ‘호조 한과’를 만드는 매화동 마을기업이다. 시흥시는 농사를 짓는 농민들과 아파트에 거주하는 도시민들이 함께 거주하는 곳이 많다. 서로 다른 배경들을 가지고 있다 보니 융화에 어려움이 많았다. 주민들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고 마을기업을 설립했다. 하중동에 위치한 참이슬아파트 단지의 마을학교는 주민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시의 정책에도 영향을 준 사례다. 이곳 역시 논밭과 아파트 단지가 함께 있는 도농복합지역이다. 자연환경은 좋지만 문화센터나 극장, 마트 등을 가기에는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주민들은 2008년 마을학교를 세우고 그 안에 북카페와 독서실 등 자체적인 문화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 사례를 기반으로 시흥시 4개 권역에 마을학교 설립을 추진했다. 다른 여러 지자체들도 이곳을 찾아 사례를 연구하고 간다.”
-다른 지방정부와는 어떻게 협력하고 있나?
“올해부터 부천시·광명시의 실무부서와 중간지원조직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회를 매달 운영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 박람회를 공동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