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오히려 원(구)도심 공동화를 야기해 지역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8년 첫 삽을 뜬 공공기관 지방 이전 사업은 현재 70% 정도 진척된 상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지방 이전 대상 공공기관 154곳 가운데 이전을 완료한 곳은 모두 107곳이다.
원도심 공동화 문제가 염려되는 곳은 주로 지방의 중소 혁신도시들이다. 인구 증가는커녕 감소 추세가 뚜렷한 지방의 중소 도시에, 적게는 원도심 인구의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수용 가능한 ‘새도시’를 도심 외곽에 지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원도심 공동화의 신호는 단적으로 부동산 가격에서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5년 공시지가를 살펴보면, 전남 나주와 경북 김천, 경남 진주 등 혁신도시 등은 모두 전년 대비 평균 8%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원도심의 부동산 가격은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진주시가 대표적인 예다. <경남도민신문>에 따르면, 진주시 원도심 지역인 대안동과 동성동, 중안동의 공시지가는 각각 2.28%, 1.37%, 1.08% 하락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방 중소 혁신도시들의 대응도 본격화하고 있다. 원도심 재생 사업을 통해 공동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먼저 나주시는 ‘영산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원도심을 문화관광 콘텐츠 중심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김천시는 원도심에 청소년 문화공간 설립과 혁신도시 이전기관의 협력업체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 혁신도시가 제안하고 있는 도시재생 계획을 살펴보면 정작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지금까지 원도심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원주민이다. 원도심 재생의 성패는 원주민이 추가로 이탈하지 않고 지속가능한 도심을 만드는 데 달렸다. 아무리 좋은 관광 자원과 문화 공간을 만들더라도 그것이 원주민들이 원하는 방식이나 결과가 아니라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원주민이 주도하는 거버넌스부터 구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도시 재생의 첫걸음이다.
서재교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CSR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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