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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회적 가치+투자 수익’ 임팩트 투자의 지속가능성 주목

등록 2015-08-03 21:15

[싱크탱크 광장] 미 ‘라이커스 프로젝트’는 실패했지만…

골드만삭스와 블룸버그 자선재단이 손을 잡은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 사업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수익을 추구하는 ‘사회목적투자’(임팩트투자)를 둘러싼 논란이 재현되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 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2012년 골드만삭스가 투자한 뉴욕시의 ‘청소년 범죄 재발 방지 프로그램’(라이커스 프로젝트)이 960만달러의 손실을 보고 이달 중 종료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뉴욕시의 라이커스 교도소에 수감됐다 출소한 청소년들의 재범률을 낮추는 것인데, 3년간 운영한 결과 재범률이 종전(50%)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라이커스 프로젝트는 거대 부호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끌어들인 합작품이자, 미국의 첫 사회성과연계채권 투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라이커스 프로젝트의 ‘실패’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블룸버그 자선재단의 린다 깁스 전 뉴욕시 부시장은 <한겨레>와의 전자우편을 통해 “(라이커스 프로젝트는) 설계와 운영상의 문제이지 성과보상 시스템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민간 투자 방식의 공공 서비스를 실행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더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적 투자 프로그램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리스크가 큰 투자에 ‘채권’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상당한 리스크를 지고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는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것인데, 비교적 안정적인 이자가 보장되는 채권으로 명명하는 건 부적절하다. 안정지향적인 은퇴자들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기 힘든 자산을 보수적인 투자 대상으로 착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은 법적으로 채권도 대출 상품도 아닌 일종의 ‘금융 계약’이라는 것이다. 사회성과연계채권에 투자한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임팩트본드 투자는 흥미로운 경험이지만, 투자자들이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이 신문에 말했다.

글로벌 임팩트 인베스팅 네트워크(GIIN)가 지난 5월 143곳의 대형 기관투자자를 조사한 결과, 임팩트투자의 사회적 효과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지는 반면 기대하는 투자 수익률은 낮아지고 있다. 조사 대상의 27%가 임팩트투자의 사회적 영향이 기대 이상이라고 응답했는데, 이는 2년 전 조사(14%)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면 투자 수익률이 기대치를 웃돌았다고 답한 비율은 14%로, 2년 전의 21%보다 낮아졌다. 투자자 처지에서는, 수익성 하락을 사회적 평판 효과로 감내하고 있다는 얘기다.

라이커스 프로젝트와 달리, 2012년 영국에서 비행 청소년 멘토링 프로그램에 투자한 이들은 초기 투자금 150억파운드를 최근 회수했다. 글로벌 임팩트 인베스팅 네트워크의 집계를 보면, 1998~2010년 설립된 51개 임팩트투자 펀드(총자산 64억달러)의 내부수익률(IRR)은 연평균 6.9%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벤처캐피털의 연평균 수익률은 8.1%다. 이 기관은 “임팩트투자 펀드는 사회적 효과를 창출하면서도 다른 사모펀드와 비슷한 수익률을 나타내고 있다. 사회적 가치 때문에 포기해야 할 투자 수익률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흥국 시장에 견줘 선진국 시장에서의 투자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신흥시장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률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 싱크탱크인 도시연구소(Urban Institute)의 존 로먼 교수는 “사회성과연계채권은 애초에 적정 성과를 내지 못하면 투자자가 손실을 흡수하게 돼 있는 구조이며, 이보다 훨씬 위험한 파생상품에도 활발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납세자의 부담, 즉 예산 지출 없이 일정 기간 훌륭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 것만으로도 손익분기점에 다다른 ‘절반의 성공’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회승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동향분석센터장

honesty@hani.co.kr

▶사회성과연계채권(SIB: Social Impact Bond)

복지·교육 등 공공사업에 대한 투자와 운영을 민간에 맡긴 뒤,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면 (지방)정부가 나중에 예산으로 투자 원금과 추가 수익을 지급하는 사회목적투자(임팩트투자)의 한 방식이다. 정부가 사업에 필요한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특수목적채권을 발행하면 대기업이나 민간재단 등이 투자하고 운영한다. 목표에 미달하면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없다. 2010년 영국에서 한 교도소의 재범률을 낮추는 사업을 위해 처음 발행됐으며, 영국 등 유럽에서 ‘세금 없는 사회복지’ 모델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가 지난 6월 경증 지적장애 아동에 대한 교육사업에 사회성과연계채권을 처음 도입했다.

▶라이커스 프로젝트

뉴욕시 라이커스 교소도에 수감됐던 청소년의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3400명의 출소 청소년에게 상담과 교육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서 사회성과연계채권을 도입한 첫 사례다.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960만달러(약 100억원)를 투자했다. 손익분기점은 ‘재범률 10%포인트’다. 재범률이 종전의 50%보다 10%포인트 떨어지면 골드만삭스는 투자 원금을 회수하고, 그 이상 하락하면 최대 210만달러의 추가 수익을 얻는다. 이 경우 투자 원금과 수익은 뉴욕시 예산으로 지급된다. 반면 재범률 하락이 10%포인트 이하면 골드만삭스는 최대 240만달러 손실을 보게 된다. 나머지 투자 손실액 720만달러는 블룸버그 자선재단이 골드만삭스에 지급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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