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아닌 소득세법 개정 추진
필요경비 소득의 최대 80% 인정
원천징수 여부 종교단체 선택으로
근로자보다 혜택 커 형평성 논란
필요경비 소득의 최대 80% 인정
원천징수 여부 종교단체 선택으로
근로자보다 혜택 커 형평성 논란
▶ [타임라인 바로가기] 세금을 허하라 - 종교인 과세 논란 46년
정부가 ‘세금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목사·신부·승려 등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2013년에 이어 또 다시 마련했다. 2013년 당시에는 기독교계 일부에서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었다.
이번에 나온 정부 법안을 보면, 소득세법 기타소득에 ‘종교소득’이라는 범주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직업의 성격에 따라 과세범주를 별도로 만든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종교단체에서 받는 식비와 교통비 등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필요경비는 소득에 따라 최대 80%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는 필요경비를 80%까지 인정받는다. 예를 들어 4000만원을 버는 종교인의 경우 필요경비 80%를 뺀 8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는 뜻이다. 필요경비는 4000~8000만원 60%, 8000~1억5000만원 40%, 1억5000만원 초과는 20%를 혜택 받는다. 세율은 소득세와 마찬가지로 6~38%를 적용할 예정이다.
원천징수에 대해서는 종교단체가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다. 원천징수를 선택하는 종교단체는 국세청이 일괄 처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종교인들이 자영업자들처럼 개별적으로 신고하면 된다. 개별신고에 맡기면 탈세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동안 종교인들은 비과세 대상이 아닌데도 관행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왔다. 1968년 국세청이 종교인에게 근로소득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뒤, 47년 동안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행되지 못했다. 올해 세법 개정에서 정부가 종교인 과세 법안을 마련했지만, 근로소득자에 견줘 혜택이 크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앞서 2013년 법개정이 좌초되면서 정부는 국회 통과가 필요없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려고 했었다.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필요경비를 소득의 80%로 일률 적용하고, 국세청이 일괄적으로 세금을 걷는 원천징수는 의무화하는 것이 뼈대였다. 하지만 정부는 종교인 과세 의지를 보다 명확히 한다는 취지에서, 이번에 시행령을 고치는 대신 소득세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어 “연봉 8000만원인 종교인이 125만원의 소득세를 내는 동안 일반 직장인들은 종교인보다 무려 5.8배가 많은 717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며 “지나친 특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세제실 담당자는 “종교인을 과세 대상에 편입시킨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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