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디보다 얇고 화질 좋은데다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가능
집중 투자로 가격 경쟁력 확보해
대형TV·플렉시블 시장 선점키로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지켜낼 것”
13만명 직간접 고용 효과도 기대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가능
집중 투자로 가격 경쟁력 확보해
대형TV·플렉시블 시장 선점키로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지켜낼 것”
13만명 직간접 고용 효과도 기대
엘지(LG)디스플레이가 2018년까지 대형·플렉시블 올레드(OLED) 분야 등에 1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이는 앞으로 3년간 해마다 평균 3조3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으로 엘지디스플레이가 지난해 3조2260억원을 이미 투자했던 것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엘시디(LCD) 중심이던 투자를 올레드 중심으로 방향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상범 대표는 이날 엘시디를 생산한 지 20돌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올레드를 선정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그동안 (감가상각된 설비를 보완하는 등의) 반복 투자가 많았지만 이번 10조원 투자에는 신규 투자가 많다”며 “(올레드) 시장은 티브이뿐만 아니라 옥외광고, 자동차, 투명 디스플레이 등 개척할 분야가 많아 향후 20년 사업의 큰 그림을 보고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레드는 형광성 유기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자체 발광 현상을 이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다. 화면 뒤에 빛을 내는 백라이트가 있어야 하는 엘시디와 달리 스스로 빛을 내어 화면이 얇고 화질도 뛰어나다. 여기에 화면이 휘어지게 할 수도 있어 여러 분야에서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오엘이디’나 ‘유기발광 다이오드’로도 불린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이준희 분석가는 “엘시디 분야에서 중국 업계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엘지가 올레드 투자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올레드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생산 수율을 높여 기존 엘시디 패널과의 가격 격차를 줄여야만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우선 ‘대형’ 올레드 분야 경쟁력 확보로 프리미엄 티브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 올레드 패널을 사용하는 올레드 티브이는 엘시디 패널을 쓰는 유에이치디(UHD)티브이보다 30%가량 비싸다. 대형 올레드에 집중 투자해 엘시디와의 가격 격차를 25% 이하로 줄이면 기술뿐 아니라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밖에 엘지디스플레이는 ‘플렉시블’ 올레드로 애플의 아이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 분야의 시장을 선도하고, 자동차용이나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 또한 개척하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10조원의 투자로 35조5천억원의 생산 유발과 13만명의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엘지의 엘시디 패널은 1995년 8월에 경북 구미 공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1980년대부터 생산을 시작한 일본보다 10년 넘게 뒤처졌지만, 모듈 생산 방식으로 기술 표준화를 이뤄 일본 소니 등 선두기업들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그사이 일본 업체들은 하나둘 문을 닫아 2000년 10개에서 현재 5개로 줄었고, 시장 점유율도 5% 미만이다. 대신 엘지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한국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굳혔다. 시장조사기관 아이에이치에스(IHS) 자료를 보면, 2분기 대형 엘시디 패널 시장 점유율은 엘지디스플레이가 23.3%, 삼성디스플레이가 18.7%로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의 40.0%를 차지하고 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이런 성장 신화를 올레드를 통해 다시 한번 쓰겠다는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올레드 시장 규모가 올해 87억달러에서 2022년 28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상범 대표는 “엘지디스플레이가 지속가능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과 아울러 지속적으로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해서 투자를 결정했다”며 “올레드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상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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