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주택 월세 전환율 1천만원당 9.6%
준전세<준월세<월세…서민 더 부담
수급 불균형 등 시장 특성이 원인
전문가 “지자체에 규제 맡겨야”
준전세<준월세<월세…서민 더 부담
수급 불균형 등 시장 특성이 원인
전문가 “지자체에 규제 맡겨야”
오는 10월 다세대주택 월세 계약기간 만료를 앞둔 세입자 유아무개씨(서울 합정동)는 최근 집주인으로부터 시세에 맞춰 보증금 1000만원을 올려주거나 월세 8만원을 올려야 재계약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유씨가 따져보니 오른 보증금을 월세로 돌리는 전환율은 연 9.6%였다. 그는 “집주인은 이 동네의 월세 시세라고 하는데 지나치게 비싼 것 같다. 주변에서는 차라리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올려주는 게 낫다고 하지만 이래저래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보증금이 적은 월세일수록 주택 전세금을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전월세전환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을 얼마 못내는 영세 서민들의 월세가 상대적으로 보증금 비중이 높은 월세보다 더 비싸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현행법상 전월세전환율 제한 규정을 실효성 있게 고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한국감정원의 ‘주택 전월세전환율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현재 주택(전체) 전월세 전환율은 7.5%, 아파트만 따로 보면 5.7%로 조사됐다. 또 전세금에서 보증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아파트에 적용해봤더니, 보증금이 10% 미만인 아파트는 6.0%, 보증금이 60%를 초과한 경우는 5.8%로 나왔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10% 미만이 5.8% 10~60%가 5.4%, 60% 초과가 5.1% 차례로 나타났다. 여기서 보증금 비율을 3개 구간으로 구분한 것은 지난달 정부의 월세통계 개편에 따른 것으로, 10% 미만은 ‘월세’, 10~60%는 ‘준월세’, 60% 초과는 ‘준전세’로 분류된다. 즉 정부의 월세통계 개편에 맞춰 처음으로 보증금 비율에 따른 전환율을 들여다본 결과, ‘월세’의 전환율이 ‘준월세’, ‘준전세’ 전환율보다 훨씬 높았던 것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영세 서민들이 거주하는 월세가격이 준월세, 준전세보다 비싼 것은 수급 불균형이 심한 월세시장의 특성에 기인한다고 본다. 보증금이 전세금의 10% 미만인 월세는 월세 납입이 연체됐을 때 집주인의 손실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이유로 시장 평균가격보다 비싼 월세가 통용된다는 것이다. 또 영세한 서민일수록 높은 월세 부담에서 벗어나 다른 주거방식을 선택할 여지가 없는 것도 구조적인 요인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전월세전환율 제한 규정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임대차보호법 시행령 제9조에서 정한 전월세전환율 상한선은 기준금리의 4배수 또는 1할(10%) 중 낮은 값으로, 최근 한국은행이 공시한 기준금리 (8월13일, 1.5%)의 4배수인 6%가 현 시점의 상한선이다. 그러나 6월 현재 전국 주택(전체) 전월세전환율은 7.5%로, 법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다. 특히 서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다세대·연립주택의 전월세 전환율은 8.1%, 단독(다가구)주택은 9.1%로 상한선을 크게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약자인 영세 서민들의 월세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전월세전환율 제한 제도 운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언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준금리의 3배수 이내에서 시·도지사가 적정한 전월세전환율을 분기별로 고시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태껏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실정에 맞게 규제하는 전월세전환율은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임대차시장 과도기에 필요한 서민 보호장치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서울 신당동의 한 골목길에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다. 다세대 주택은 대체로 반지하를 끼고 있고, 이는 주로 저소득층 1인 가구의 주거공간이 된다. /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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