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I의 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청년’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 시작은 다른 행사들과는 사뭇 달랐다. 사회자는 내외 귀빈을 소개하는 순서에서 제일 먼저 “만 39살 미만 청년들은 손을 들어달라”고 요청했다. 절반이 넘는 청중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을 들자, 사회자는 “손을 드신 여러분들이 오늘의 귀빈”이라 소개했다. 보통 국회에서 열리는 세미나는 아무개 국회의원 혹은 아무개 위원장님이 귀한 발걸음을 해주셨다며 귀빈 소개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한다. 소개가 끝나면 참석한 귀빈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국 사회 젊은이들에게 연애와 결혼, 출산과 내집 마련, 나아가 인간관계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삼포세대’, ‘오포세대’라는 말이 나온 지도 오래다. 그런데 청년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에 정작 청년들 당사자가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거의 없다. 많은 경우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는 ‘귀빈’들이 모여 논의를 진행한다. 18일 심포지엄 패널로 참석한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들의 생각과 이해관계가 배제된 상태에서 사회적 논의가 작동되고 있는 현상은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청년들이 청년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에 참여하지 못하니 논의의 결과물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얼마 전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 대책의 하나로 발표한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서도 청년들은 ‘뭥미?’(이건 뭐야?)라는 태도다. 대다수가 임금피크제와 청년 고용을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만 19~34살 청년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청년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이는 4명 중 1명(24.7%)뿐이었다. 청년들은 노사정위원회 등 사회적 논의 기구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진보 진영에서도 주변부에 있는 경우가 많다.
청년 문제는 고용뿐 아니라 교육, 주거, 부채 등 여러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청년들의 호흡과 생각을 반영하지 못하는 논의 구조는 근시안적인 대책을 도출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논의에서 배제된 청년들의 소외감은 ‘세대간 갈등’으로 옮겨갈 위험도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는 기성세대가 독점할 의제가 아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 ey.y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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